김풍배
어제까지 살다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이 하루를 난 오늘도 무 밭에서 무하나 뽑아먹듯 아까운줄 모르고 무덤덤하게 흘러 보냈다. 이 세상에 있을 날 중에서 하루가 줄어들었는데도 거기에 대하여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건 무슨 까닭일까? 무덤덤하게 사는 것. 하기야 원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다 안 되는 것도 아닌 게 이 세상일이니 그걸 원한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은 것도 아닐 게다. 무덤덤하게 보낸 이 하루가 쌓여 내 일생도 무덤덤하게 되겠지. 무덤덤하게 살다가 그 어느 날 나도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절하게 떼 쓸 때가 오겠지. 만일 떼를 써 하루가 얻어진다면 그때는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자다가 깨어나지 못하면 오늘이 마지막 하루일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