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 보름 단상

                     김 풍배

 

정월 대 보름 하루 전 날이면

아끼던 연을 하늘로 날려 보내야 했다

소원을 연에도 쓰고 마음에도 써서

딸 시집보내듯 연줄 싹뚝 잘라서

멀리 멀리 눈물 글썽이며 날려 보냈다

 

어른들은

겨우 내내 모아두었던 쓰레기를 태웠다

집안이 환해 질 때까지 쓸었고

게을렀던 마음까지도 쓸어서

봄 맞아 농사지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땅거미가 지면 불 깡통을 가지고

논두렁으로 달려간다

타오르는 불길 따라

아이들 목소리도 달려간다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비춰주고

땅에는 지불 불빛으로

온 동네가 대낮처럼 환하다

 

대보름날 아침엔

용의 알 떠다가 밥을 지었다

우물에 용이 와서 알을 낳으면

그 알 먼저 뜨는것은 아이들 몫

부럼깨고 이름 서로 부르며 "내 더위"

더위 팔며 대 보름날 아침 그렇게 보냈다

 

보름날엔

남자는 나무 아홉 짐

여자는 길쌈 아홉 광주리

밥도 오곡으로 아홉그릇 먹는다

 

설날보다 더 즐거웠던 정월 대 보름

둥근달 은 지금도 저리 밝은데

어른도 아이들도 바보상자 앞에

바보되어  앉아 있다

그리운 풍습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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