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에 쏟아진 원유의 절규
/김 풍 배
피였다!
분명 바위에 점점이 떨어진
검은 피를 보았다
몇만 년 전부터
지구의 자궁 속에서
깊은 잠 편히 자고 있을때
너희는
기다란 빨대로 빨아
세상 밖으로 날 끌어올렸지
개솔린으로
등유로
경유로
중유로
온 몸 분해하여 조각 낼 때도
난 한마디 불평도
원망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름다운 세상에 나왔으니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들을 위해
온 몸 뜨겁게 사르리라
날고 달리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고
필요한 원료가 되어주고
심지어는 길 위에도 누워서
마지막 한 줌 까지도 다 바쳐 주었다
내 언제
불평하더냐?
내 언제
해코지를 하더냐?
어찌하여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드라큘라로 만들었느냐?
물고기와 조개와 굴의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로 만들었느냐?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는
타르 덩어리는
내 영혼 이미 떠난 시체일 뿐이다
인간들아! 어리석은 인간들아!
어서
내 심장에 말뚝을 박아다오!
영원히 저주받는 몸으로
더 이상 지구에 살고 싶지 않다
나를 더 이상 괴롭게 하지 말아다오
피였다!
분명 바위에 점점이 떨어진건
원유의 검은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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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하얗게 떠다니던 갈매기가 사라진 후 사고 20여 일만에
두마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민들은 울었다고 합니다.
타르덩어리는 영광을 지나 제주도 근처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구요.
어서 속히 깨끗한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