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핀 장미
/김 풍배
날카롭던 가시는 무디어 졌고
윤기 나던 이파리 떨어진
앙상한 가지 끝에
찬 서리 뽀얗게 내리던 날
국화꽃 파란 하늘 어우러져 슬프던 날
빨간 장미꽃 몇 송이 피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 바라보며
바르고 두드리고 문지르지만
깊이 패인 주름은 감추어지지 않는다
터질 듯 하던 젊었던 시절
오월의 찬란했던 영화를 잊지 못함인가
멀지 않은 겨울
황혼 같은 늦가을에
장미 꽃 빨갛게 피었다
생에대한 불 꽃 이려나
살아있다는 오기이려나
가을에 핀 장미꽃은
빨간 립스틱 바른 중년 여인의 입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