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아니라  부모가 되어라

 

 부모가 되고 나서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한다. 부모가 되어서야 자식이 부모님 사랑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게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질서다. 종족이 유지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 때문이라도 힘을 내려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아니 유일한 것은 아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는 것이다. 결국 인생을 꾸려 나가고 치열하게 사는 것은 아이가 할 일이다. 부모가 대신 전투를 치러서도 아니 된다, 그렇다고 전투에 지친 아이가 쉴 곳이 없어서도 아니 된다.

 무엇보다 사랑(이란 미명하에)으로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 일전에 어느 대학의 슬로건 '세상을 즐겁게 흔들어라!'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세상을 즐겁게 흔들기 위해선 모험이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그 안전기지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내가 가르치는 말보다 나의 분위기와 삶을 배운다. 나 역시 부모님을 닮았다. 장점도 닮고 단점도 닮았다. 약간 소심한 것까지, 정이 많은 것도 닮았다. 아이들이 어떻게 살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최고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 그러므로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점에 가면 다양한 양육에 대한 책들이 많지만 바람직한 양육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 아이는 머리로 키우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다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 지나치면 과잉보호를 하게 된다 .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놀이터의 높은 놀이기구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고 집근처에서 자전거도 못 타게 한다. 물론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 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과잉보호는 아이를 소심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생길 수 있는 실수를 미리 막아 주려 한다. 그런 결과는 무언가를 배우려는 과정에서 실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알지 못하게 한다. 부모라면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게 격려해주고 아이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를 둔 부모는 ‘부모’라는 말보다는 ‘ 학부모’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평가의 잣대가 학교 성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의 성적이 떨어 졌을 때 너무 많은 걱정을 한다 .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다 . 물론 행복도 성적순이 아니다 .학교 성적에만 집착하는 학부모가 아니라 사회에 잘 적응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

박경신(정신과 전문의/서산굿모닝의원/순천향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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