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배
가슴팍에
커다란 대못 하나 박혀 있습니다
채 아물지 않은 못 자국도
숭숭히 남아있습니다
뽑아낸 자리를 살펴봅니다
세월에 흔들려 뽑힌 것도 있고
더러는 남들이 뽑아 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손으로 뽑아 낸 것들입니다
다가온 것은 구름이었지만
내게는
비가 되고 눈이 되고
우박이 되었습니다
새털처럼 날아와
박힌 대못은
나 혼자 집착하여 만든 굵다란 허상
하나 같이
남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깃털이었습니다
찔린 상처에는
용서와 사랑이 묘약이었습니다
스쳐가면 스친대로
무심하면 무심한대로
잊으면 잊힌 대로
고집 같은
하나 남은 대못
이젠 그것마저 뽑아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