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배
모진 바람 맞으며 서 있는 벼랑 끝 한 그루 소나무도
절벽에 위태하게 서 있는 바위 덩어리 하나도
존재 의미가 부여 된다면
나 세상에 태어나 여기에 있는 것도
어떤 의미가 있을게다
봄을 휘어잡아 오월을 독차지 하는 장미꽃이나
청상과부의 절개인양 찬 서리 속에 피는 국화꽃 같이
나 여기에 조촐하게 피어 있는 것도
그 어떤 가치가 있을게다
꽃 속에 핀 또 다른 꽃을 들여다보듯
내안의 나를 들여다본다
원석은 장인이 다듬어 보석을 만들고
사람은 스스로 다듬어 보석이 되지
허망하게 지나온 세월에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밭은 기침이 자꾸 난다
그러나 어찌 모든 생이 다
장미 같으랴
국화 같으랴
벼랑위 나무처럼
절벽에 걸린 바위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찾자
왜냐고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자
존재한다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의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