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배
거들 떠 보지 않는다
흘려도 줍지 않는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거지에게 주었다간
진한 욕만 바가지로 먹는다
잘못 살아 부끄런 일 없고
남에게 해코지 한번 해 본적도 없는데
무녀리로 태어나
천대 받는 루저가 되었지만
어쩌란 말이냐?
애초부터 종자 작아 그렇고
험한 세상 짐 어깨 눌러 크지 못한 게
어찌 그게 네 죄란 말이냐?
억, 억대다가 억하고 죽을....
겉만 번지르르 하면 되는 줄 아나
보일 듯 말 듯 하얀 네 동생처럼
너 또한 그리 될지 모르지만
그러나 낙심 할 건 없다
굳건히 네 자리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지금의 몸값보다
열배 백배 비싸 질 때가 올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