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배
찬란한 고고함이여!
눈부신 깨끗함이여!
사나움에 비굴하지 않고
운명에 굴종하지 않는 삶에서
피어난 꽃이여! 향기여!
무서워서 아니고
엄해서는 더더구나 아니건만
함부로 범접 할 수 없다
성자처럼 잔잔한 미소속에 위엄이 서려있구나!
착하지 않은 꽃 어디 있고
사랑 아닌 꽃 어디 있으랴만
진흙 밭에 연꽃도, 가시밭에 백합꽃도
그 아니 귀하랴만
소박한 너의 모습에 반했고
담백한 너의 향기에 취하였다
긴긴 여름 폭염 폭풍우 이겨내고
비우고 게워낸 텅 빈 공간에
인내 사랑 겸손 온유로 가득채워
하얀 서리 내릴 때 칼바람 속에서
고고하게 의연하게 홀로 피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