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남보디빌딩협회 가흥현 이사

가흥현 충남보디빌딩협회 이사
가흥현 충남보디빌딩협회 이사

영화 람보에 나온 실베스터 스탤론과 코만도에 나온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근육질 몸매에 반해 보디빌딩의 길로 들어선 17살 남학생이 있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매일 운동에 매달린 결과 두 번째 출전 때부터 매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그가 바로 충남보디빌딩협회 가흥현 이사다.

오는 5월 ‘보디빌딩 충남대회’가 서산시에서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지난 일요일 아담한 카페 한편에서 가 이사를 만나 보디빌딩 35년의 외길 인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Q. 보디빌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람보’ 영화를 봤다. 맨몸으로 절벽을 오르거나 적을 제압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주인공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근육질 몸매에 홀딱 반했다. 그러다 다시 만난 게 코만도다. 영화 속 내용도 내용이지만 보디빌딩의 전설 아놀드 슈왈제너거의 근육을 보면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놀드 슈왈제너거는)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근육이 붙었다고 했다. 사람 몸이 어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는 내 나이 또래 때 보디빌더이자 영화배우 ‘레그 파크’를 보고서 운동을 시작했다 한다. 더구나 불우한 가정환경을 잊기 위해 하루 6시간 이상씩 매일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슈왈제너거는 그러면서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한 인물이다.

어린 마음에 나도 영화 주인공처럼 멋진 몸매를 가지고 싶어 바로 체육관에 입관했다. 가슴 운동부터 팔, 다리, 어깨 등의 운동법을 관장님께서 가르쳐주시면 나는 매일 반복하는 식으로 운동에 몰입했다. 변해갈 내 몸을 상상하면 지겹기는커녕 시간 시간이 아까워 쉬는 날인 일요일을 제외하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운동에 매달렸다. 그때는 그게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Q. 운동하면서 혹시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거지 운동에는 포기가 없다(웃음).”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였음에도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오직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특정 근육들을 고루 발달시키는 것에만 매달린 나날이었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바로 체육관에서 운동했다. 한 세트라도 더하고 가려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다가 버스터미널까지 전력 질주하여 막차에 오르곤 했던 시절이었다.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몸을 확인하며 재미에 빠져있던 어느 날, 관장님이 뜬금없이 “너 이리 와 봐. 옷 벗어봐”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너 시합 준비해” 그때가 운동 시작한 지 딱 8개월이었다. 그것은 꿈이 없던 내게 보디빌더라는 꿈이 생긴 시점이기도 했다.

떨리는 마음을 숨기며 선배님들을 따라 거울 앞에서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운동 후 옥상에 올라가 썬텐도 했다. 집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새까맣게 태닝을 하며 시합에 대비하여 몸을 만들어나갔다.

자기 몸이 신기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는 건 엄청난 희열이다. 그럴수록 속사포처럼 운동 속으로 빨려 들어간 나였다.

Q. 식이요법이 상당히 어려운데 당시 어떤 식으로 했는지.

지금이야 좋은 보조식품들도 많이 나와 있지만, 그때는 모든 것들이 부족한 때였다. 나 같은 경우, 비시즌 때는 체중을 불리려고 운동 후 집에 들어가면서 500mL 우유와 참치통조림 하나씩을 샀다. 사 온 제품과 함께 달걀흰자 2개와 기름 뺀 참치통조림, 그리고 우유를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 체중을 불렸다. 불린 상태에서 매일 운동을 하면 (근육이) 막 땅땅하게 올라오는 게 느껴지더라.

닭가슴살은 평상시엔 한두 조각 먹었다. 그러다 딱 시합 6개월 전부터는 다이어트에 돌입하며 모든 식단을 저염으로 바꿨다. 아침에는 맨밥 한 공기, 고구마 반쪽, 사과 반쪽, 닭가슴살 한쪽이다. 점심에는 맨밥 한 공기, 닭가슴살 반쪽, 과일 반쪽을 먹고, 저녁에도 닭가슴살 반쪽, 맨밥 반 공기, 사과 반쪽으로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하면 제일 먼저 코가 상당히 예민해진다. 하루는 은행에 들렀는데 창고 안쪽에서 직원이 비스킷을 먹기 위해 뜯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과자 냄새를 내가 알아맞히더라. 아마도 배고픈 상태로 다니니까 그 냄새가 너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한창 먹을 나이에 식단조절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오죽했으면 시합 끝나고 먹겠다고 음식 하나하나를 노트에 빼곡히 적기도 했다. 짜장면, 초코파이, 과자 등등. 하지만 막상 시합이 끝나고 나면 지쳐서 물만 먹었다(웃음).

Q. 짧은 시간에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소감을 말해달라.

고등학교 1학년 가을에 처음으로 충남대회에 출전했다.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인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삼각형 트렁크를 입고 서 있는 170여 명의 선수 중 단 한 명이 나였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꿈만 같았다. 쟁쟁한 선수들과의 첫 경쟁에서 탈락의 고비를 마셨다. 당연한 결과였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 왜 실패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한층 더 노력한 결과 두 번째 시합에서 2위에 들었다.

너무 기쁜 마음에 객석 속에서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에게 그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더 이상 시합에 나가는 걸 원치 않으셨다. 이유는 단 하나, 극심한 다이어트로 아들의 몸이 너무 말라서 보기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특히 월요일 전체 조회 시간,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상을 받는 것이 좋았다. 뿌듯했다. 더구나 체육 선생님의 건의로 나를 포함한 우리 학교 보디빌딩 선수 세 명도 여느 운동선수들처럼 2교시 수업 후 체육관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기폭제였다.

Q. 보디빌딩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앞으로의 꿈과 함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스승님의 권유로 충남보디빌딩협회 이사로 들어가면서 각종 급수와 함께 국제심판자격증을 취득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어느덧 10년째다. 사실 충청남도에서는 총 2명이 중앙심판이고, 전국적으로는 22명에 불과하다. 심사는 정확하고 깨끗하게 특히 편파 판정은 절대 불가라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었다.

앞으로의 꿈이라면 국가대표 코치진에 들어가서 포인트를 올려 백마장 훈장을 받아보는 게 꿈이고, 후배들에게는 평소에도 이 말을 자주 한다.

“겸손하게, 묵묵하게, 묵직하게, 나서지 말고, 나대지 말고, 니 갈 길 꾸준히 가면 보상은 분명히 올 거다. 그리고 니들이 쇠를 만지는 동안에는 선후배들에게 확실히 예의를 갖추고 가라.”

우리 후배들이 더 찬란하게 빛나려면 먼저 고개 숙여 다가서고 웃어야 다른 사람들도 멋지게 본다는 얘기를 항상 한다. 몸은 만들 수 있지만 인성은 만들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인성에 대해서 강조하는 편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옛날에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돈 버는 게 급급했는데 지금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자기 몸 만들고 가꾸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 바람을 몰고 몰아 오는 5월에 우리 서산시에서 ‘보디빌딩 충남대회’가 열린다. 선수들이 외쳐지는 포징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선명한 근육을 보여주기 위해 호흡조절을 하는 그날이 몹시 기대된다.

더 좋은 경기장에 우리 선수들이 시합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으니,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올 보디빌딩 대회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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