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 보유자와 업무협약 체결

19일  서산시 시장실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서산 이전 협약식
19일 서산시 시장실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서산 이전 협약식

[서산시=박해철 기자] 국가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보유자 김현곤(89) 씨가 활동 무대를 충남 서산으로 옮긴다. 그동안 서울에서 활동해온 김씨는 19일 서산시청에서 서산시와 종목 이전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악기장에는 김현곤(편경, 편종), 고흥곤(가야금, 거문고), 이정기(북) 등 3명이 있다.

김씨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의 주요 악기인 편종·편경을 최초로 복원하는 등 전통 고악기를 제작해 국악의 혼과 맥을 이어오는 장인이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악기를 향한 그의 외길 인생은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전북 순창의 비교적 여유있는 농가에서 4남2녀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총명했으나 6·25 전쟁 탓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서울의 명문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에서 반대했다. 부모 몰래 나무를 한 트럭 해다 판 돈 4000환(당시 쌀 두 가마니 값)을 갖고 서울로 가출했다. 낮엔 돈을 벌기 위해 종로3가의 악기점에서 일하고 밤엔 학교를 갔다. 천부적인 절대음감과 손재주로 그는 곧 악기 수리 명인으로 소문났다. 피아노, 기타, 색소폰 등 못 고치는 것이 없었다. 금세 일을 익혀 19세부터 직접 악기점을 운영했고, 1983년 악기 공장을 차렸다.

실로폰, 탬버린, 드럼 등을 만들어 돈도 벌었다. 그가 국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40대 중반. 우연히 만난 한만영 국립국악원장이 그의 재주를 알아보고 세종문화회관 개관식 때 연주될 국악 타악기 ‘방향’의 제작을 부탁했다.

기록도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서양 타악기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그는 ‘방향’을 성공적으로 만든 뒤, 편경과 편종의 복원에 착수했다. 7년을 매달려 편종·편경 복원에 성공했다.

한편, 김씨가 서산으로 옮겨오면 서산시는 승무, 내포제시조, 내포앉은굿 등 5개 충남도 무형문화재에 더해 처음으로 국가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된다.

김씨는 서산시가 추진하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건립 진행 상황에 맞춰 주소를 서산으로 옮기고, 교육관에서 후진 양성 등 전수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국립국악원 충청분원 유치에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 장인과 협약까지 체결돼 더 의미가 깊다"며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건립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산시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건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4월 중 용역을 마무리하고 정부에 국비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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