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금지 현수막 게시 무색, 쓰레기 불법투기 및 야영행위까지

농어촌공사에서 호수와 지천마다 낚시금지 현수막을 게시했지만 낚시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농어촌공사에서 호수와 지천마다 낚시금지 현수막을 게시했지만 낚시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서산시=박해철 기자] 서산 천수만 A지구 간월호 및 유입하천마다 낚시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우내 잠시 뜸했던 낚시객들이 날이 풀리면서 몰려들고 있다.

서산시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천수만 A지구는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낚시, 조리 및 야영 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해 서산시는 단속권을, 한국농어촌공사는 고발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낚시객들은 낚시금지 현수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차를 대고 텐트를 치고 낚시를 하는 등 행정력을 비웃고 있다. 심지어 일부 낚시객들은 대형 천막을 치고 야영행위까지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전국의 낚시 동호회에서는 낚시하기 좋은 곳으로 천수만 A지구에 대한 안내와 낚시 포인트 정보를 자랑스럽게 게재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사항이다.

낚시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양도 적지 않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종량 봉투를 보면 전국 지자체 봉투가 다 모인 모양새다. 간혹 집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는 비양심 낚시객들도 있다.

주민 민원에 따라 서산시와 홍성군에서 간혹 쓰레기 처리를 하고 있지만 이도 정기적이지 않아 바람에 날린 쓰레기들이 간월호와 유입하천, 논두렁에 나뒹굴고 있어 천수만 A지구에서 영농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원성도 높다.

더 날이 풀리면 낚시 동호회 버스도 간월호를 찾는다. 이들은 아예 대형 버너 등 음식 조리기구까지 설치하고 음식을 조리한다.

더 큰 문제는 철새의 안전이다. 간혹 버려진 낚시줄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철새가 관찰되면서 철새보호지구에서 있어서는 안될 심각한 사안으로 전국의 생태조류 연구 관계자들로부터 지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서산시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의 민원에 한국농어촌공사 한 관계자는 "우리는 단속권이 없고 고발권만 있다 보니 여기서 낚시하지 말라고 안내하는 거 외에는 권한이 거의 없다"며 "고발을 하려면 낚시객의 개인 정보를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을 대동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측에서는 이번 봄에도 곳곳마다 현수막을 게시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서산시에 예전에도 이번 일을 가지고 가끔 공문을 보냈는데 답변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저희 보고 고발을 하라는 식으로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며 "서산시에 같이 합동으로 단속하자고 했더니 이마저도 거부를 해서 제대로 단속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산시의 한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낚시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면 모든 민원이 서산시로 들어오게 된다"며 "낚시금지 구역 하나 추가 지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낚시금지 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수변 관리자(공사)가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저희 쪽 핑계만 대면 서산시에서도 무조건 지정해서 관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며 "한 번에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고 차근차근 하나씩 낚시금지 구역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한국농어촌공사는 공사대로, 서산시는 시대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관계 당국들의 협업을 통한 적극적인 대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난해 말 제정된 '천수만 철새도래지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산시장은 천수만 철새도래지 보전을 위해 종합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천수만 철새도래지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낚시금지 구역 지정 및 관리에 적극적인 행정을 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조례에 따라 천수만 철새도래지 지킴이단을 구성하여 낚시 등 환경오염행위에 대한 단속과 계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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