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와 롯데관광개발의 국제 크루즈선 운항 협약 체결 어떻게 볼 것인가?

서산시는 6월 1일 관광레저기업 롯데관광개발(대표이사 백현)과 서산을 모항으로 한 국제 크루즈선 운항 협약을 체결했다.
서산시는 6월 1일 관광레저기업 롯데관광개발(대표이사 백현)과 서산을 모항으로 한 국제 크루즈선 운항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서산 대산항 국제 크루즈선 유치 추진 토론회’를 개최한 지 11개월. 마침내 이완섭 서산시장은 6월 1일 관광레저기업 롯데관광개발(대표이사 백현)과 서산을 모항으로 한 국제 크루즈선 운항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운항 협약에 따라 2024년 5~10월 중 전세선 코스타세레나호를 투입해 서산에서 여객을 싣고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기항지를 거쳐 부산항에 입항하는 6~7일 크루즈상품을 개발하게 된다.

 

코스타세레나호 모습
코스타세레나호 모습

 

이 시장은 “앞으로 1년동안 대산지방해양수산청, 충남도, 세관, 출입국, 검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크루즈선 입항 준비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협약에서 서산시는 롯데관광개발이 협약대로 운항할 경우 5월 31일 공포‧시행된 ‘서산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원금 3억 5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서산 대산항 국제 크루즈선 유치 추진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

 

2022년 7월 26일 서산문화복지센터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서산 대산항 국제 크루즈선 유치 추진 토론회’
2022년 7월 26일 서산문화복지센터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서산 대산항 국제 크루즈선 유치 추진 토론회’

 

민선 8기 이완섭 시장은 취임 다음 달인 2022년 7월 26일 서산문화복지센터 청소년수련관에서 ‘서산 대산항 국제 크루즈선 유치 추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이완섭 서산시장은 “서산 대산항에 국제여객선 투입은 (중국과의 국제관계와 해양 정책 등으로) 당장에는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에 우선 크루즈 관광을 통해 대산항 활성화를 견인하고자 한다. 크루즈 산업 육성과 관련 조례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의 국제 크루즈선 유치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5월에는 조례도 통과시켰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과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교차됐다. 

 

대산항 크루즈 접안 부두 위치도
대산항 크루즈 접안 부두 위치도

 

첫 번째, 크루즈선 입항과 관련 대산항의 안정성 확보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대형 크루즈 선 입항 시 좁은 항로의 문제가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 크루즈선의 대산항 입출항과 관련 안정성 평가 용역을 맡은 최운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실장은 “입출항 관련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11만 GT급 크루즈선의 경우 근접도, 제어도 및 운항자 주관적 평가에서 적정한 것으로 나왔다”고 보고했다. 다만 최 실장은 “1항로의 경우 좁은 구역으로 서방파제 부근 통항 시 타선의 항행을 금지하고, 야간 접·이안시 1, 2부두 육상 측 조명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등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크루즈선의 대산항 입출항과 관련 안정성 평가 용역의 ‘입출항 관련 시뮬레이션’
크루즈선의 대산항 입출항과 관련 안정성 평가 용역의 ‘입출항 관련 시뮬레이션’

 

또 “만일에 대비 외력에 의한 위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4천 마력급 예인선 2척의 상시 배치를 권장한다”며 “대상 선박 신규 취항 후 처음 3항차 정도는 서방파제 정보시 통항, 21노트 풍속에서만 이항 및 출항을 권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정준권 대산항 도선사회장은 “이론상으로는 대상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나 선박은 생물과 같아 변수가 많다. 초기에는 대형선보다는 작은 크루즈부터 규모로 운행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1만 톤급 이상의 국제 크루즈선이 입항하기 위해서는 사전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당 부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국제 크루즈선 유치와 관련 지역경제에 미치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제기됐다. 

우선 김재훈 천안세관 대산지원센터 통관주무관은 “(속초항 근무 경험상) 주변 관광 인프라가 많이 갖추어져 있는 속초항의 경우 크루즈 운항 초기 관광객이 설악산, 오색온천 등을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서울 쇼핑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대산항의 경우 1년에 3항차 정도 들어오는 관광객을 위해 고가의 검역 장비를 구비하고, 행정요원을 상시 배치해 터미널과 CIQ 시설을 유지하는 것에 적지 않은 지자체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크루즈 유치 사업이 과연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1년에 3항차 기준 기대 매출이 5천만 원 수준에 멈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와 “현재의 관광상품의 빈곤과 인프라 수준에서 대산항 국제 크루즈 유치를 급하게 서둘러야 할 일이 아니다”라는 견해가 나왔다. 

반면 롯데관광을 비롯한 크루즈여행 관련 회사 측 인사들은 “당장의 수익은 기대할 수 없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코스타 한국지사 윤호진 차장은 “대산항의 경우 여객터미널, 항만 시설이 이미 갖추어져 있고, 충청권이 가지고 있는 백제문화권의 관광자원과 무엇보다 수도권 근접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대산항이 국내외 홍보가 부족한 점은 사실이나 (크루즈 산업의 성공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하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심리적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롯데JTB 문정동 팀장도 “크루즈 산업은 우선 지역민의 수요를 기반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충청지역 크루즈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이어 외부 관광객으로의 수요를 창출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루즈 거액 지원… 출발지 명목 외 경제 효과 의문

서산시가 롯데관광이 추진하는 국제 크루즈 관광사업에 거액을 지원키로 해 과도한 지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지원금액의 많고 적음은 사실 국제크루즈 입항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대비 평가돼야 하는 점에서 상대적이다. 

김재훈 천안세관 대산지원센터 통관주무관의 말처럼 “서산은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속초대비 더 관광객 대부분이 하선과 동시 버스로 서울 쇼핑에 나설 수 있다. 속초를 비롯하여 타 지방 항만의 사례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지역의 매력적인 관광 인프라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무겁게 다가온다. 

관광전문가 A씨는 “서산항시가 크루즈선을 유치하려는 의지를 알지만, 단순히 지역에서 출항만 하는 상황에 3억 5천만 원의 지원은 과하다”며 “지역에 어떤 경제 활성화를 불러오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산시 차별화된 관광 인프라가 있는가?

서산시가 구상하는 크루즈 탑승객을 위한 관광상품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 상품은 경쟁력이 있을까. 

시는 우선 8시간 A코스로 ▲크루즈 기항지인 대산항에서 1시간 거리에 수선화로 유명한 유기방 가옥 ▲백제의 미소를 품은 마애여래삼존상 ▲전국 3대읍성 중 하나인 해미읍성과 국제성지인 해미성지 ▲서산의 특산물과 한국의 전통시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서산동부시장을 내세우고 있다. 

8시간 B코스로는 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5분 거리인 삼길포항 선상횟집 해산물먹거리와 세계 5개 갯벌 중 하나인 서산갯벌에서 조개캐기, 낙지잡기 등 다양한 어촌체험 등이다.

또 6시간 B코스는 삼길포항과 서산마애여래삼존불을 지나 서산의 알프스로 불리는 한우목장의 아름다운 전경을 보고 청벚꽃, 겹벚꽃으로 유명한 개심사를 방문해 힐링하는 코스다.

기타 특산물로 서산한우, 꽃게장, 영양굴밥, 어리굴젓, 낙지와 밀국낙지탕 등을 서산의 대표 먹을거리로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 관광전문가 A 씨는 고개를 저었다. “서산시가 내세우는 관광지가 얼마나 국제 크루즈 승객에게 매력적일지 의문이다. 일본, 대만 등 타 유명 관광지와 차별화된 서산시만의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결국 서산시가 국제 크루즈 기항지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추진계획을 내놨지만 당장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결론이다. 무엇보다 대산항의 안정성 확보이며, 그 다음은 고객이 만족할 만한 차별화된 관광 인프라 구축이다. ‘장미빛 전망’을 말하는 이번 ‘국제 크루즈선 운항 협약 체결’에 대해 시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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