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정훈-)


백설(白雪)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시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思慕)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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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이른 아침에 시골길을 가다보면, 곳곳에 서리가 내려 길바닥이 눈 내린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도심에서 차를 몰고 나온 운전자에겐 눈발이 다녀간 것 같은 느낌에 당황하여 자동차 브레이크 폐달을 밟는다. 그런 계절이 늦은 겨울이다. 그래도 낮에는 차가운 기운 틈바구니로 따뜻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우리 몸을 나른하게도 한다. 계절의 변화이다. 봄의 서곡이다.


봄의 길목에서 차가운 기운을 비집고 동백이 핀다. 녹색의 나무, 꽃잎 화사한 동백꽃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과 낭만을 준다. 그리고 타오르는 봄의 활기를 예고해 준다. 희망이 밀려온다. 아니 밀려와야 한다. 적어도 사상 최대의 기름 유추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고 청정해안이 검게 멍든 해안,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동백꽃은 절박한 소망을 노래한다.


겨울은 그 차가운 눈바람과 서리발로 우리를 역경으로 내몬다. 정말 추위를 이기기 위하여 움츠린 몸을 몇 번이고 애써 비비며 움직여 댄다. 그런 추운 겨울에 태안 사람들은 역겨운 기름 냄새로 더욱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추위에 움츠린 몸에 뼈 속까지 스며드는 기름 냄새를 맡으며 태안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격려의 힘으로 버티고 일어서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동백이 화사하게 피어오르기를 고대한다.


기름 유출 사건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이자 사색과 배움의 공간인 연안 바다를 빼앗아 갔다. 아이들은 겨우 내내 바다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지도 못하고 청량한 파도소리를 듣지도 못하였다. 아직 어려 방제작업에 나서지도 못하였다. 그런 아이들을 학교와 선생님들은 겨우 내내 학교에서 가르치고 보살폈다. 방학도 반납하다시피 하였다. 모두가 함께한 사랑의 힘이었다. 그런 학교들이 하나 둘씩 졸업식을 가졌다. 참석하는 졸업식장마다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래도 졸업은 아이들에게 영광과 희망과 출발을 강한 동인(動因)으로 안겨주었다. 해당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고 더 추억을 간직하게 하고 미래의 꿈을 더 크게 꾸도록 하기 위해 다채로운 기획을 하였다. 참으로 고마웠다.


이제 동백은 붉게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해변의 길들을 아름답게 장식해 줄 것이다. 그동안 추위와 고통 속에서 얼마나 희망을 사모했던가? 붉게 타오르는 동백을 바라보며 역경의 터널을 뚫고 일어서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여기 사람들은 분명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아이들도 새로운 학교로 진학을 하고 새로운 학년으로 진급을 하여 동백꽃 같은 붉게 타오르는 희망과 열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고장을 사랑하며, 힘찬 전진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봄의 길목에서 우리들 마음속에 동백꽃처럼 붉게 타오르는 사랑과 희망과 교육의 열정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상호 / 충청남도태안교육청 학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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