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문화원장 편세환

서산문화원에서는 향토사료인 호산록(湖山錄)을 재번역하였다.

이 호산록은 조선 중기 서산·태안지역뿐만 아니라 충청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찬읍지(私撰邑誌)이다.

여기에는 서산·태안지역의 연혁, 정치, 행정, 사회, 문화, 환경, 향풍, 군사, 사건, 사묘, 인물, 토산, 해포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어 당시 향토사를 연구하는데 문화재적 가치가 대단히 높은 고문서로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자산이다.

158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0년 전 서산군으로 부임해왔던 고경명(高敬命) 군수의 권유를 받아, 한경춘(韓慶春) 유현께서 집필을 시작하였으나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중단되고 말았다. 전란이 끝난 후 그의 아들, 이조정랑을 역임하신 한여현(韓汝賢)께서 다시 집필을 시작하여 1619년에 완성하기까지 무려 37년이란 긴 세월이 소요된 귀한 보물급 고문집이다.

그간 향토사에 관심이 많았던 고(故) 이은우 향토사학자께서 공직에 있을 때 호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그 행방을 알 수 없어 다방면으로 탐문 노력한 끝에 예산군 고덕면 대천리에 거주하시는 저자의 현손 한상기(韓相技)씨께서 원문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렵게 접근, 교우할 수 있게 되었다.

호산록 재번역본 실물 사진

당시 호산록이 3종류가 있었는데 원본과 필사본, 원본이 노후부식 되는 것을 염려하여 한상기씨의 조부이신 한효석(韓孝錫)님께서 직접 다시 필사한 것 등이다.

그 중 한병진(韓秉晋)님의 주선으로 입수한 필사본을 중심으로 당시 김현구 서산문화원장께서 번역을 추진, 우리 한글로 번역된 호산록을 발간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장이 한문 표기가 많고 종(從)으로 써져있어 한글세대가 읽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가 많아 현실 문법에 맞도록 다시 번역하게 되었다. 특히 역사적 사실과 어려운 문구는 주석을 달아 설명하는 등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재번역하였다.

이번 재번역본은 한자문화연구에 조예가 깊은 충남대학교 한자문화연구소 이향배 소장에게 의뢰하여 재번역을 실시하였다.

안타까운 가운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원본의 부식이 날로 진행되어 보존상에 문제가 있었으나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박물관에서 기탁을 받아주셔서,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기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문화유적이나 역사적 자료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호산록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실로 귀중하기에 이번 재번역을 계기로 충청남도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모든 서적이나 자료는 발간 자체가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발간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발간 목적이 달성되는 만큼 이번 재번역된 호산록은 서산·태안 지역은 물론 충청지역 향토사연구에 적극 활용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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