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창 현 /서산축협조합장
한 해가 거의 저물어가고 있다.

12월이 되면 망년회(忘年會)라는 말과 송년회(送年會)라는 말도 있고 이 말을 통해 모임도 갖게 된다.

 그런데 망년회라는 말의 근원은 망년지교(忘年之交)라는 모임의 준말이다. 망년지교란 나이 차이를 따지지 않고 모이는 친구 모임이란 뜻이다. 하지만 망년회니 송년회니 하는 모임의 뜻은 한 해를 잊고 한 해를 보내면서 친구끼리 모여서 술과 음식을 나누는 하나의 행사라 생각된다. 그 행사의 의미는 실로 단순하고 향락적이어서 의미가 크지 않다.

 물론, 한 해 동안 이웃과 더불어 살아 온 세월을 생각하며 정을 나누는 모임의 의미도 있지만 요즈음은 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추진된다.

실로, 송년회라는 의미가 가벼운 모임보다는 나눔의 계절로 생각하며 연말을 보내야 할 것이다. 나눔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보다 적게 가진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인가? 그것이 연말에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나눔은 단순히 물질 하나만 가지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질의 나눔도 중요하긴 하다. 식량이 없는 사람에게 쌀을 나누어주는 일도 인간의 도리인 것이다.

특히 연말이나 설날이 되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외롭고 쓸쓸한 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물질의 궁함이 마음의 궁함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질의 나눔도 나눔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진실한 나눔이란 물질 속에 인정이 들어 있어야 하고 인심과 사랑과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 들어 있어야 한 형식적인 나눔은 오히려 고독을 부추기고 멸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나눔을 자기의 과시와 명성을 낚으려는 의도로 이루어진다면 가면적인 봉사인 것이다. 진실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일을 했다 해도 현사(賢士)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나눔의 정신이 바르게 서서 진실한 사랑이 나타나야 이것이 나눔의 기쁨인 것이다.

옛글에 나눔의 정신에 대해 이런 훈시적 명언이 있는데 모두가 진실은 뜻하며 천의무봉과 같은 사심이 없어야 주고받는 사람의 마음이 형통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동중서 철인의 말인 것이다.

「인(仁)으로 남을 편안하게 하라」

여기서 인(仁)자의 의미는 다양한 뜻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인(仁)의 정신과 지성으로 나눔을 가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정성과 기쁨과 안정의 마음으로 남을 위해 순결의 나눔을 가지라는 교시적인 언어인 것이다.

하긴, 나눔이란 연말이나 연초가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하는 마음의 행위이며 자세인 것이다. 나눔은 행사가 아니며 캠페인이 아니며 실천의 행함인 것이다. 그것도 자원적이며 봉사적이며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즐거움의 진실은 나 홀로 선한 일을 할 때 나를 기쁘게 하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오늘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교훈이 성서에 들어있을 것이다. 숨어서 남을 돕는 일과 나눔의 정신 속에는 간사한 괴물이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나눔은 행복을 심어주는 꽃씨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 한 해가 다 가고 있으니 길거리에서는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리고 망년회니 송년회니 하는 습성의 행위가 가득하게 느낄 정도이다.

지금은 나눔의 계절이다. 우리는 나누며 사는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 특히 지(知) 정(情) 의(意)의 나눔이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인격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헛된 나눔의 계절이 아니라 보람된 나눔의 계절로 점점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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