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스승

                    정창현 / 서산축협조합장


 

엊그제만 해도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 날쌔게 달려오고 여름이 언제가나 했더니 가을이 되면서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계절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도 달라진다. 봄날에는 웃음이 나오고, 여름에는 얼굴이 찌들 정도로 더위에 시달리고 가을은 외로우며 겨울은 고달픈 마음이 가득하게 느낀다. 이처럼 빠른 세월 속에서 자연이 변하고 그 변하는 상태대로 인간의 마음도 변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릇된 생각이라는 것이 금세 느껴진다.

실로, 자연은 그 모습 그대로이다. 봄은 봄날의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이처럼 불변의 이치와 사물의 순리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자연은 인간을 향하여 배우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기의 명인 루소는 이런 명언을 남겼는지 모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은 선이다.”

그렇다면, 자연을 왜 선이라 했을까. 그 이유를 지금 가을 산에 곱게 물든 단풍이 내 마음의 귀에 대고 말해주고 있다.

“나는 지난가을 갔다가 다시 왔다. 조금도 변함없이 단풍의 고운 옷 차림으로 와서 자연을 알리고 있다.”

이 같은 감정이 떠오르는 것은 나 자신도 감동적인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우

선 자연은 그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모든 것을 극복해 나가는 능력과 영원히 바르게 행동한다는 생각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자연에 손을 내밀어 구애을 원하면서도 구애를 받고 나면 인간의 손은 자연을 해치고 있다.

요즘 지구가 병들었다 하는 말은 자연이 병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조금 상처를 내어 멍들게 한 것뿐이다. 공기를 오염시키고 생명이라 하는 물을 병들게 하고 흙마저 멍들게 하고 있는 세상이다. 자연을 인간의 손이 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손짓에 불복하지 않고 극복하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이 있기에 자연이 인간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바르게 행동하는 살아있는 자연, 이것을 배워야 하며 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 자연이기에 스승인 것이다. 이것은 인간도 자연의 순리와 이치에 적응하여 도리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라는 덕이 스승의 음성인 것이다. 그 음성을 가을이라는 스승이 지금 내 귀에 외치고 있다. 또 하나 자연이 들려주는 가름침은 자연 속에서 자족이란 삶의 뜻을 배우라고 말한다.

자족이란 우리가 아는 대로 내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여 만족을 느끼며 살라는 뜻이다.

어떤 역경이 와도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미워하거나 시기와 질투가 아닌 온유와 사랑과 너그러움과 아름다움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자족의 삶인 것이다. 자연은 어느 곳에서도 불평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원망하는 일도 없으니 보고 배우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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