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은 사회복지학 박사 청소년연구소 소장

내가 지은이와 만난 건 작년 이맘때 새 학기가 시작하고 몇 일이 지난 후였다. 4학년을 시작한 지은이는 또래들 보다 머리가 하나쯤은 더 얻어진 키에, 눈동자가 맑고 초롱초롱하니 진짜 이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처음 이미지가 나중까지 가기는 참 드물다. 그러나 지은이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어려움을 헤아려 주는 마음까지 겹쳐 더 이쁜 얼굴로 변해갔다. 그래서 몇 달이 지나 서로 친해지고 난 후 어느 날 내가 불쑥 말했다.

“지은아, 지은이는 왜 이렇게 이뻐?”

대개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하면 어떤 반응들이 나타날지는 않봐도 비디오다.

그러나 지은이는 너무나 뜻밖의 반응을 보여서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남는다.

“아휴~· 선생님 왜 그러세요!! 증마알~~~”

화를 내며 이쁘다고 말한 내가 뭐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인 양 내 입을 제 손으로 틀어 막고는 입조심 하라는 식이었다.

‘나는 가수다’라는 예능프로가 있다. 가수 스스로 자신이 ‘가수’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했을 때 인정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뒤로 ‘나는 교사다’ ‘나는 엄마다’ ‘나는 제빵사다’라는 자기소개가 유행했다.

자기소개자리에서 ‘나는 이쁘다’라고 말하면 어떤 분위기일까? 지나친 자기애로 병적 취급을 하던지, 건방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사회다.

그러나 나는 우리아이들 스스로가 진정으로 자기의 존재감을 긍정적으로 믿을 줄 알고, 심지어 ‘나는 이쁘다’라고 당당히 자기를 소개하는 그런 분위기로 길러지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겸손을 미덕으로 보고 그렇게 가정에서도 교육받는다. 집안 분위기가 엄격하고 도덕적일 수록 더욱 겸손을 강요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남에게 둔다. 누군가가 칭찬을 하거나 선물을 준다던지 용돈을 주면 ‘선 사양 후 감사!’를 미덕으로 배웠다.

그러나 지나친 겸손은 “내가 무슨~”의 심리로 발전하여 자기 존중감을 떨어뜨리고 자칫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야”의 내적 무시로 변절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버나드소우(John Bradshaw)는 ‘내면아이’를 심리치료에 적용하였다. 지금의 나의 외적 모습은 부족함 없이 말끔한 옷차림에 잘 먹고 잘사는 성공한 생활일지라도 내 내면 속에 존재하는 내가 헐벗고 굶주린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할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라고하면 우울증이나 정신적 이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면아이는 어릴 적 성장 과정에서 길러지므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낮게 여기고, 무시하면 내면아이가 상처를 받아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존재를 업신여긴다고 한다. 그리하여 날마다 자기 자신의 내면아이를 불러내 너는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야!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라고 말해주라고 한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스스로 느낄 때 당당한 힘이 나온다. 이와 같은 당당함은 존재가치를 부여함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어도 자신을 믿기 때문에 쉽게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게 한다.

자녀의 태몽을 얘기해 주거나 어릴 적 앨범을 들춰가며 성장과정을 들려주며 자녀만의 신화를 써주는 것도 자녀의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 가정에서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태어났는지, 엄마와 아빠는 네가 너무나 소중해서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았다던지, 어차피 증명해 보일 수 없기 때문에 뻥을 좀 쳐서 부풀려 얘기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잊혀 질 만하면 한번 씩 얘기해주면 점점 자신이 정말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구나 하고 내면으로 인정하게 되어 자기소개 자리에서 당당히 이렇게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이다.

“나는 이쁘다!!”

일년 동안이나 나는 줄기차게 우리 지은이에게 말한다.

“지은아 지은이는 왜 이렇게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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