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라는 한자의 의미는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사랑의 마음을 그린 글자라 생각 된다. 그래서 ‘마음정자’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대로 인정(人情)의 뜻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으로 풀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진정한 삶이며, 정이 많은 세상이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정이 깊어질수록 사람과 사람사이가 가까워지고 다투는 일도 없게 된다. 그래서 「정두고 떠나지 못한다」는 속담이 생겼으며, 이 속담도 삶의 체험에서 얻어진 명언이라 생각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사람들은 인정이 메말랐다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인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말로만 인정이 메말랐다 하면서 인정을 주고받는 일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인간세상이 혼란하고 혼잡하며 다투고 싸우는 소리가 가득한 이유도 인정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인정을 베풀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자선(慈善)도 들어있다. 자선이란 착한 마음으로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정은 나눔의 정신이며 나눔의 정신이 행복인 것이다.

심시일반(十匙一飯)도 바로 주고받는 인정이다. 밥 열 술이면 한 사람의 먹을 양식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비유로 한 말이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정이 있어야 하고, 그 정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계속되어야 한다. 그 것이 도리인 것이다.

그런데 인정을 베풀어야 하는 특정된 시기가 있다. 바로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이 시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시기에 더 정을 나누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고독의 세월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 없다는 것과 고독한 마음은 해가 바뀌는 시기에 더 강하게 마음을 괴롭히고 있으며, 병들어 고통 속에 처해 있어도 고독은 이 시기에 더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까 불우한 환경 속에 처해있는 사람들은 선정의 손길과 자정의 손길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남을 도와주면서 그냥 도와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받는 것도 있는 것이다. 주고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난한 자에게 물질로 도와주면, 가난한 사람의 순수한 마음과 어렵게 살면서도 정직한 삶의 지침을 받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배울 점이 인정의 대가이며, 소중한 철학인 것이다. 그 것을 깨닫는 사람은 주고받는 기쁨을 맛보게 되고, 더 바른 인생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나눔의 기쁨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지금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볼 시기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으니 지난날을 성찰해야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을 주고받았나? 자비로움과 사랑의 마음으로 이웃과 가까이 하면서 살아왔는가를 되돌아 볼 시기이다. 그러면서 정을 주고받지 못했으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다가오는 새해에 후회 없이 살려면 불우한 이웃을 찾아가 물질도 물질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물질보다 인정이 더 중요하다. 심시일반의 세상이 행복한 세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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