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산하의 푸르름이 절정을 향해가던 1950년 유월은 민족사 최대의 비극을 잉태했습니다. 36년간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우리 민족은 빛을 다시 찾는 광복의 기쁨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우리 힘으로 쟁취한 빛 찾음이 아니었기에 태생적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대한민국호는 출범하게 됩니다. 우리 산하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좌, 우익의 이념의 장으로, 20세기 유물인 이데올로기의 시험장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데올로기의 광풍으로 인해 1950년 푸르른 유월, 우리는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유월은 장미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유월 붉은 장미의 유혹은 치명적입니다. 영국의 국화인 장미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 불렸던 대영제국의 영광의 시절 후광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장미가 다른 개체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스스로의 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미의 독한 가시는 장미의 고귀한 품위 유지에 결정적인 이유라 봅니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선명한 붉은 빛 아름다움을 자신이 스스로 꽃잎을 떨구지 않는 한 침범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지키는 철갑인 가시라는 존재가 있기에 유월 장미는 그 붉은 선명성을 보존하고 자랑해 나가며 종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50년 유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며 스스로를 고귀하게 할 철갑인 가시를 갖추지 못했었습니다.

20세기에 벌어진 국지전 중에 가장 큰 규모였으며 가장 많은 인명의 살상과 재산상의 피해를 기록하며 세계인들의 뇌리에 한국전을 각인시켜야 했습니다. 그 한국전이 발발한지도 어느덧 이제 6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산하에는 포성은 멎었지만 분단은 남았습니다.

6·25전쟁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 정치적으로 반공적 국가질서가 강화되었습니다. 전쟁은 ‘적이냐 동지냐’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강하게 조장했습니다. 중간노선이나 협상노선은 철저하게 배척당했습니다. 민주사회주의 같은 온건한 사회주의 이념조차 공산주의와 동일시되거나 용공시되었습니다.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분단이 고착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6·25전쟁 미 체험 세대는 전쟁의 참극을 잊지 못하거나 여전히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세대와 달리 훨씬 더 많은 자신감과 자주적 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회적 진출은 이미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거니와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6·25전쟁 이후세대가 진출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모두에서 이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한 관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2014년 유월 오늘의 북한은 아직도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로 권력승계가 이루어지는 김 씨 왕조로 건재하고 있습니다. 핵 포기가 정권의 붕괴라는 이상한 상황논리에 집착하며 오늘도 핵무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호국 보훈,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지키고 조국 산하를 지키다가 산화한 선열들의 높은 은혜를 새기며 그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입니다. 2014년 유월은 유월 붉은 장미가 저 스스로 고귀한 품격을 지켜나가듯이...

우리도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와 문화, 우리 조국 산하를 지켜내고자 하는 정신적인 각성의 시간, 정신적인 가시를 키워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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