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근(前서산시청 주민지원국장)

아프리카의 '스프링복'이라는 야생 동물은 산양을 닮았는데 동물들 중에서 달리기와 도약을 잘 하는 동물이다. 이들은 무리 지어 이동하며 초원의 풀을 뜯어먹고 산다. 그런데 한 마리가 먹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더 빨리 달려 나가기 시작하면 서로 앞을 다투어 경쟁하듯 새로운 녹지로 달려 나간다. 그러다가 푸른 초원이 나와도 서로 앞서가려고만 하다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나중에는 왜 달려가는지도 잊고 질주만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남보다 더 빨리 많이 먹으려고 앞서가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냥 달리는 것이다. 더 기가 찬 일은 달려가다 낭떠러지나 계곡을 만나더라도 앞만 보고 무턱대고 달리던 스프링복들이 멈추지 못해 다 떨어져 죽는다는 것이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스프링복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1등으로 달려야 된다는 의지만이 자리 잡고 있었으리라. 그 목적은 무엇인지도 상실한 채. 달리는 목적이 더 큰 삶의 여유를 갖기 위한 것이라는 인간의 달리기와 스프링복의 달리기가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여유롭다며 소요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10분 안에 끝나는 식사가 일상이며 모든 업무가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경쟁 일변도다. 일이 끝나면 달콤한 휴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업무에 대한 걱정, 생활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염려 등으로 끝없이 질주한다.
보험회사에서 가장 경계하는 사람 중에 하나는 휴가를 가지 않고 일만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차도 기름을 넣기 위해서는 멈추어야 한다. 계속해서 하늘에만 떠 있는 비행기는 없다.
도끼날을 갈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정기적으로 멈추어 도끼날을 갈면서 일하는 사람과는 그 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잠시 멈추어 안식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쉼은 동양화의 여백과 같다. 꽉 찬 것만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므로 우리는 필요할 때마다 잠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나무를 심을 때는 절대 한 그루만 심지 말라. 세 그루를 심어라. 한 그루는 그늘을 위해, 한 그루는 열매를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 그루는 아름다움을 위해.” 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열매만을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쉴 수 있는 그늘을 위해, 그리고 아름다움을 위해 나무를 심을 줄 알았다. 일상에서 물러나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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