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무, 여름에는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겨울에 제격인 우리 음식이 바로 동치미다. 동치미의 어원은 ‘동침(冬沈)’으로 접미사 ‘이’가 붙어 만들어졌다. 미각을 통해 한국인의 감성을 감칠맛나게 노래한 서정시인 백석도 ‘국수’라는 시에서 메밀국수에 꿩고기를 얹어 동치미국에 말아 먹던 추억을 정감있게 표현했다.

조선시대 왕들은 식사 전 동치미 국물을 한 술 떠 마시는 게 관습이었다. 민속학자들은 이를 ‘술적심’의 풍습이라고 한다. 맨밥을 먹었을 때의 뻑뻑한 느낌 대신 곰삭은 동치미 국물이 침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우고,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후 ‘술적심’ 관행은 반가와 여염으로도 전해졌다. 여기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동치미국과 연관된 유쾌하지 않은 기억도 있다. 연탄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1960년대에는 해마다 70만여 명이 가스에 중독되고 그 가운데 30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도 있다. 동치미국을 마시는 민간요법이 생긴 것도 이때다. 하지만 연탄가스를 마시는 것은 일산화탄소 중독이기 때문에 동치미국은 전혀 해독작용을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국물이 기도를 막으면 자칫 질식사할 수도 있다 하니 참으로 안타까웠던 시절 얘기다.

겨울이 깊어 가고 있다. 과거 주전부리가 귀했던 시절 시골에서는 노란 군고구마와 함께 먹던 살얼음 둥둥 뜬 동치미국이 출출한 겨울밤 훌륭한 간식이었다. 어른들과 아랫목에서 도란도란 나눈 얘기는 세상살이의 지혜와 따뜻한 감성을 키웠던 모티프였다. 차가운 겨울 밤하늘을 수놓았던 많은 별만큼이나 세월이 흘러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에 맛보는 시원한 동치미국 한 그릇은 음식 그 이상의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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