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을 입을 때마다 내복 소매가 고민이었다. 바짓가랑이는 양말에 밀어넣어 감출 수 있었지만, 윗옷 소매는 단단히 정리를 해도 금방 삐져나오곤 했다. 세탁기가 귀했던 당시 겨울에 빨래하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비집고 나온 내복 소매가 깨끗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한 번 입으면 좀체 벗기 싫은 게 내복이다. 내복은 밖에서는 속옷이지만, 집안에서는 평상복이고, 또 잘 때는 잠옷이기도 했다. 새옷이다 싶다가 금방 소매가 닳고, 무릎 부분이 튀어나와 볼썽사납지만 가장 만만하고 편한 옷이었다.

내복을 입지 않기 시작한 것은 고교시절로 기억된다. 단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옷을 입어도 폼이 살지 않고, 괜히 약(弱)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은 이유에서다. 버릇이 돼서인지, 편해서인지 그 이후로 내복을 찾지 않았다. 내복을 다시 입은 지는 3년 정도가 됐다. 우연한 기회에 한 번 입었더니 촉감도 좋은 데다 따뜻하기가 기대 이상이었다. 요즘도 야외활동을 제외하고는 입지 않지만 최소한 내복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겨울철 내복 입기는 오래전부터 권장돼 왔다. 특히 최근 전력대란을 겪으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내복은 섭씨 3도 정도의 보온효과가 있다. 보온효과는 과학 원리에 기초한다. 옷감 부피의 60~90%는 공기가 차지하는데, 옷과 옷 사이의 공기까지 생각하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난다. ‘정기공기층’이 많을수록 보온효과가 높아지는데, 홑겹 내복보다 솜을 넣은 제품이 따뜻한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가 기억하는 빨간 내의는 석유화학 제품이다. 입기도, 세탁하기도 편했지만 땀 흡수나 피부병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1980년대 이후 삼중직 제품인 ‘보온메리’ 등으로 대체됐다. 이후 내복은 끊임없이 진화해 발열소재 제품이 등장했는데, 발열 섬유는 땀을 흡수해 열로 바꾸거나, 섬유가 몸과 마찰되면서 일으키는 열을 간직하는 방식이다. 내복은 면역력 강화와 피부건조증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추면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 면역력 저하를 막을 수 있고, 겉옷과 접촉을 줄여 피부 트러블도 예방해준다. 스타일도 옷 맵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내복 입기로 전력도 아끼고, 건강도 챙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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