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선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상징적 조치로 현역 의원들에 적용되는 연금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금년도 예산안에 의원연금 관련 헌정회 예산 128억 원이 온전하게 살아남아 논란이다. 문제는 이런 자기들만의 특권에 여야가 대선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여야가 곧바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관련법 개정을 위한 논의는 시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지도 모른다. 특히 비록 일각에서라지만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의원연금 예산을 삭감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크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정치권 스스로가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여야가 19대 현역 의원들부터 연금을 폐지하겠다는 것이었지, 전직 의원들에게까지 소급 적용하겠다는 건 아니었다는 등 여러 얘기를 바꿔 말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설득력 자체가 없다. 사실 국회의원 연금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으로 활동해도 65세 이후부터 연금수령을 가능하게 한 특권 조항에서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회의 권능을 금배지 집단의 잇속 챙기기에 동원한 나쁜 선례라고 보기 시작했다. 액수도 그렇다. 월 120만원으로 책정된 수령금도 터무니없이 많다는 지적이다. 보도된 대로 일반인이 이런 정도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30년을 적립해야 한다. 비난여론이 들끓자 새누리당은 연금지급 대상범위를 현재의 수령자로 묶고, 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통합당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 때문에 대선기간 언론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 누가 돼도 의원연금은 폐지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국회 예결위원들에게 쉴 새 없이 쪽지를 들이밀며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됐던 의원들은 정작 자기희생에는 한없이 관대했다. 특히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책임이 민주당 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 박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국민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번에 의원연금 폐지를 통해 고통분담을 솔선수범했어야 옳았다.

어쩌면 국회가 이번에 의원연금 폐지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에 선배 의원들에 대한 배려 혹은 로비 때문이었다면 연금폐지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가령 올해 65세가 되는 전직 의원들에게 연금혜택이 돌아가도록 현행 제도를 그대로 놔뒀다면, 2014년도 예산안 처리 때도 똑같은 일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의원연금 폐지는 잠재적 의원연금 수령자들이 동의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현역 의원들이 집단적 의사표시를 통해 ‘선배 전직 의원’들을 설득하고, 자신들도 미래의 혜택을 과감히 내려놓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여야는 특권 내려놓기라는 초심을 잃지 말고,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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