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안정 찾을 수 있는 요양원 만들 터

“노인전문요양병원이 2년 전까지만 해도 블루오션(blue ocean)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변모했습니다. 실제로 2000년에 전국에 19개에 불과했던 노인요양병원은 2004년부터 급증하여 113개, 2005년 203개, 2006년 361개로 늘어 났고, 올해 9월에는 533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레드오션을 넘어 향후 퍼플오션(purple ocean)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노인요양병원이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전문화와 특성화로 방향을 전화해야하고, 지역사회는 물론 급성기 병원과의 연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노 이사장(사진. 57세)에 따르면 현재 노인요양병원은 병원의 난립과 가격 경쟁력을 위한 출혈 경쟁, 인력 구인난, 인건비 및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기에다 내년부터 일당정액수가제가 시행되면 진료수입 감소까지 겹쳐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란다.

특히 일당정액수가제 시행은 현재와 비교할 경우 약 20%의 진료비 손실과 함께 평균 수가도 내려가 현재 4만4821원에서 3만5801원으로 급하락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예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하필 노인전문요양원을 위해 자신의 땅과 몸을 아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의 70대는 불행한 시절을 어렵게 산 세대입니다. 초등학교 코흘리개 때 일제의 침략전쟁과 여기 뒤따른 질곡의 시대를 어렴풋하나마 일찌감치 경험했습니다. 이어 6·25전쟁 내내 골무만한 작은창자 하나를 채우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그래도 약관(弱冠)이 되었지만, 4·19와 5·16같은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세상은 몇 차례 더 바뀌었지만 대접은커녕 푸대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밥술이라도 먹는 성장의 동인(動因)을 부추긴 이들이야말로 노후를 휴식할 자격을 갖춘 노인분들입니다. 손이 시리도록 찬서리가 내리는 계절에 따듯한 구들이라도 몸을 뉘일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세상에 노후를 안락하게 여기는 노인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 분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노인전문요양원을 만들게 된 계기입니다.”


그는 1992년 서산에서는 처음으로 갈산동 837-3번지 비룡산 기슭에 법인 어린이 집을 세운 사람이다. 이미 충청북도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돌보는 복지단체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던 그는 고향을 떠난지 7년 여 만에 서산으로 돌아와 갈산동에 어린이 집을 건립했다.


“처음 갈산동에 어린이 집을 세운다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시내와 너무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비룡산 기슭에 위치해 있어 쾌적하고 청정한 곳입니다. 숲에 둘러쌓여 있어 맑은 공기와 인체에 이로운 피톤치드가 많은 곳입니다. 아토피 피부질환이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풍전저수지 쪽에서 산으로 불어오는 맑은 공기와 친환경적인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성교육을 하기에는 적격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신념은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주 건물과 부속건물 모두를 시멘트 블록이 아닌 황토 벽돌로 짓고 내부를 한지로 발라 마감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산비탈을 이용해 흙으로 만든 놀이터 주변에도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나무를 심지 않는 등 어린이들을 위한 최상의 공간만을 신경썼다.


특히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급식도 인스턴트식품이 아닌 계절 따라 이곳에서 재배한 무공해 안전식품을 주재료로 식단을 꾸리기 위해 텃밭을 만들고 유기농 채소를 길러 공급했다.


차상위계층 노인위해 저렴한 요양원 짓는 것이 꿈 

개원을 앞둔 노인요양원 전경

이 이사장은 요즘 서산노인전문요양원을 짓느라 정신이 없다. 서산어린이집 바로 아래에 아담하게 지어지고 있는 요양원에 거는 그의 기대는 크다. 자신의 땅을 국가에 기부하면서까지 노인복지사업에 뛰어든 것은 앞에서 언급한 고령화 시대의 노인복지가 그 원인이었다.


올해 12월 준공예정인 요양원 또한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가 상근하며 어르신들에게 많은 혜택을 안겨줄 이 요양원은 ‘차상위계층’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게 될 소중한 보금자리가 될 예정이다. 일반인도 가능하고, 몸이 불편한 분도 입소가능하며 저렴한 생활비만 자비로 부담하게 되므로 경제력이 크게 부족한 노인들과 가족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상위 계층은 최저생계비의 소득 기준을 초과하지만 그에 준하여 생계가 곤란할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닌 가구로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이하인 가구를 말합니다. 기초생활보장대상 수급자(최하위계층)보다는 소득이 높아서 생활비보조혜택을 받을 수 없지만, 언제라도 계층이 추락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분들을 말합니다. 현재로서는 급여 등의 직접적인 돈을 받는 등의 혜택은 없지만, 의료급여 및 보육료 감면 등의 몇 가지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원이 30명인 이 요양원이 개원하면 노이들의 손발이 될 종사자가 17명이 필요하다. 특히 요양원 워장은 지역사회에서 덕망 있고 행정경험이 풍부한 사회복지사를 추대하여 투명한 책임경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말이 좋아 이사장이지 막노동꾼입니다. 처음 어린이 집을 개원하기 위해 토목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근 17년 동안 단 하루도 쉬어보지를 못했습니다. 풀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뽑고 심는 일에서부터 건축·행정에 이르기까지 해야 될 일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특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특혜를 받으려면 돈 되는 사업을 하지 왜 복지사업에 이처럼 목숨을 걸겠습니까. 오해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럴때면 정말 진실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사회의 오해도 참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이사장은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앞으로 숲속 오솔길을 걸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노인들을 생각하면 지금 조금 힘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며 싱겁게 웃는다. 그러나 그의 웃음으로도 숨길 수 없는 투박한 손 마디마디에서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살아온 인생 역정(歷程)이 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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