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숙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 회장

2007년 11월 16일, 서산시 대원예식장에서는 ‘장애우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와 두리사랑 공동체의 심효숙회장(51)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장애인의 권익과 온전한 사회 통합을 위해 일해 온 이력이 말해주듯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다. 특히 그는 그가 몸담고 있는 장애인부모회를 중심으로 장애학생의 교육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4년여를 장애인교육권연대를 비롯한 민관단체와 공동으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지난 4월 30일 장애인교육법을 통과시키는데 일조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애인 딸을 통해 세상에 눈 뜨다

“우리나라 장애인교육 현실은 매우 열악합니다. 장애인부모가 장애인학생을 교육하려면 보통의 학부모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입학, 등하교, 상급학교 진학 등 학교를 보내는 과정도 험난하고 우리 사회와 학교에서 당하는 설움과 차별을 이겨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부모들이 ‘내 아이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살았으면’하고 한탄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의 틀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자!’였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심효숙씨가 장애인부모회와 두리사랑 서산공동체를 만들어 장애인 운동에 뛰어 든 것은 장애를 갖고 있는 딸에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어서였다.


“이 법은 장애를 가졌거나 장애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사회통합과 자아실현을 위하여 특수교육, 치료교육, 전환교육, 관련서비스 등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고, 최대한의 통합된 환경에서 개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입니다. 법이 통과되기 까지 땡볕의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국회 앞마당에서 우리가 흘린 눈물은 정말 절실함 그 자체였습니다. 다행히 지난 4월 30일 장애인교육법이 통과되어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생겼지만 여전히 장애인교육법의 하위법령 제정과정에서 교육부가 장애인 교육 주체들의 참여를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마찰이 일고 있습니다. 눈물겹도록 투쟁하며 만든 법을 교육인적자원부는 탁상행정으로 마음대로 만들려고 하고, 또한 치료교육에 대해서도 단독적인 방침들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강력한 입법투쟁이 계속될 것입니다.”


장애인교육법이 내년 5월부터 시행되면 장애인학부모들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자녀의 장애가 발견되면 연령에 관계없이 무상으로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장애 특성에 맞게 적절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유아교육과 고등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이 되었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는 시군구에 특수학급, 특수학교를 설치하고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학생들의 대학진학의 문이 넓어지고 선진국 대학처럼 각종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며 장애성인을 위한 야학 등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장애인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 학력 이하이기 때문에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은 매우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각종 차별 사례에 대한 처벌과 시정요구의 길이 열려 학부모들이 주체적으로 교육받을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학교현장이 새롭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장애가 무슨 죄인 양 숨죽이며 움츠려 있어야 했던 학부모들은 이제 법에 따라 당당하게 교육권보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체육교과 시간, 현장학습, 소풍, 수학여행 등에 장애학생을 배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선진국처럼 교육여건이 좋아져서 장애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실질적인 통합교육을 받게 되면 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장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개선되고 이후 사회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빵굽는 아이들의 두리사랑공동체

심효숙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충남장애인부모회 서산지회의 회원들은 장애인교육법의 국회통과를 위한 투쟁과 함께 지난 2006년 1월 장애인 사회 적응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두리사랑 서산공동체’를 만들었다. 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두리사랑 공동체 건립을 위한 모금을 했고, 서산시의 일부 지원을 받아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374-19번지에 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장애인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 교육, 의료, 취업과 생활여건의 정비의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사회 전체의 장애인문제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시각과 정책수단의 개발을 통해서만이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복지에서 정책목표로 강조되고 있는 장애인취업의 문제는 무엇보다 정책적인 중요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취업의 중요성은 몇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게 있어서의 직업은 단순히 빈곤극복을 위한 생계유지 수단뿐이 아니라 개성의 발휘, 사회적 역할의 실현 등 그들의 자아를 일깨워 주면서 존엄성을 인정하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두리사랑서산공동체는 2006년 2월부터 장애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의미하는 그룹홈은 지역사회내에 위치한 일반주택에서 보통 3~8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적, 물질적으로 가정적인 분위기와 환경에서 사생활을 존중받고, 지역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 필요한 각종 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탈 시설화의 한 형태다.


또한, 2006년 6월에는 부모의 취업이나 외출 등으로 인해 보호자의 부재에 처한 장애인을 안심하고 맡아줄 수 있는 주․단기 보호시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해 7월부터 주․단기 보호시설을 운영함으로써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사회․경제적 활동지원과 위탁된 장애인에게는 전문인에 의한 교육 및 재활서비스제공으로써 장애인의 복지와 가정복지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2006년 11월부터 일반고용이 어려운 중증지적장애인들에게 보호적인 환경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직종을 개발하여 생산품을 만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제공하려 자립작업장을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 그들의 자랑거리가 된 ‘두리베이커리’다.

 

빵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 사람들은 2006년 7월부터 제과, 제빵 프로그램을 소화해 냈다. 빵 종류도, 작업장을 찾는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들은 열심히 빵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역할을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분업이 이루어 졌다. 그러나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일을 맞추는 것만이 다른 베이커리와의 차이점일 뿐, 빵 맛도, 모양도 정상인들이 만든 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 투자이기 때문에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장애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고 어느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그것은 미래의 우리 모두를 배려하는 노력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부모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내 아이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장애아들이 권익을 보호받고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들이 두리사랑 서산공동체를 만들게 했습니다.”


감각치료실
늦은 시간,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 행사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장애가 덜 불편한 사회’와 ‘장애인에게 좋은게 비장애인에게도 좋다’는 등 구호와도 같은 말들을 쏟아 냈다.


장애는 인류의 진정한 성숙을 위한 도전이다. 장애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길목이고 인류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보편적인 과제다. 이를 무시한 채 진정한 인권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애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던져진 마지막 질문이자 인권 실현의 마침표다. 심효숙씨는 오늘도 묵묵히 그를 도와 함께 장애인운동을 하는 남편 박주호(두리사랑공동체 회장)씨와 함께 피눈물로 키워온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힘겹지만 보람 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어치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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