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도시쥐와 시골쥐'로 새해 이야기를 여는 이유는 2012년 새 희망을 노래하고픈 까닭이다. 블링블링(Bling Bling)한 도시쥐와 촌티 풀풀 날리는 시골쥐가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됐다. 시골쥐가 식사나 함께 하자고 도시쥐를 초대했다. 도시쥐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막상 식사란 게 보리와 옥수수 낟알 몇 개가 고작이었다. 도시쥐는 시골쥐에게 자신의 집에는 맛좋은 음식이 풍성하다며 시골쥐를 초대했다. 시골쥐는 친구가 내준 치즈, 꿀, 콩 등 풍성한 먹을거리를 보고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한편 도시쥐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들이 식사를 하려는 순간, 사람이 문을 갑자기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갈라진 틈새로 몸을 숨겨야만 했다. 시골쥐는 도시의 진수성찬이 위험과 불안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는 음식이란 것을 알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시골쥐에 해당하는 우리는 이 동화를 읽은 뒤 마치 안분지족(安分知足),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깨닫기나 한 듯 도시(서울)의 화려함에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 그리고 부(富)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며 궁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우리 충남 서북부지역은 충남 내륙지역과 달리 인구도 늘고, 기업유치도 심심치 않게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중국을 향한 지리적 잇점은 21세기 국제경제환경에서 혜택을 보게 하고 있다.

또 서해안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우리지역은 도시와 시골, 서울과 지방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뿐 시간적으로는 몇 시간 거리에 불과하여 외형과 물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인재는 외지로 유출되고 고교입학생 수는 정원에 미달하고 있다. 기업들이 입주하여 마치 지역경제에 대단한 기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은 블랙홀처럼 우리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시골쥐가 누리고 있던 자원과 자연의 귀중한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어 서울쥐들의 몫이 되고 있다. 눈치 빠른 시골쥐들은 서울쥐(도시쥐)에 빌붙어 시골 팔기에 혈안이 된지 오래다.

동화 속의 안빈낙도는 사라졌고, 이제 낟알 몇 개나마 맘 편히 즐기던 식사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계층 간의 골도 깊어졌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은 도시수준을 뛰어 넘는다. 경기 침체 여파로 서민층은 실업과 파산 등으로 소득이 줄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특별한 노력이 없이도 부동산이 늘고 자산이 늘어난다.

하지만 누구 하나 시골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의 잣대로 시골을 분석하고 해부한다.

시골쥐들은 서울 경제학자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눈만 깜박거리고 있을 사이 도시의 위험과 불안만이 시골쥐의 밥상 앞까지 다가왔을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지방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규제중심의 비대한 중앙정부에 대응해 혁신과 분권, 개방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의 피폐와 국가의 불균형 발전 폐해를 줄이기 위해 지방분권을 제도화하는데 목소리를 높혀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되고, 지방분권운동이 불붙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집중화는 여전하다.

지방발전과 지방분권에 필수적인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도 말뿐이다. 지방분권운동이 불붙은 2002년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비율은 73%대 27%였다. 2009년엔 71.7%대 28.3%로 변했다. 7년 동안 겨우 1.3% 포인트의 사무 이양만 있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반대와 저항 때문이었다. 수도권 중심의 사고를 가진 중앙정부가 지방의 중앙 예속을 노려 권한을 넘겨줄 생각이 아예 없다는 증거다.

돈도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다. 조세로 지방정부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데 국세 비율이 높아 지방은 중앙정부에 의존해야 한다. 조세법률주의로 지방정부의 지방세 신설은 안 된다. 2010년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8.3%대 21.7%로 수십 년 동안 거의 그대로다. 지방세 비중이 40%대인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국보다 낮다. 지방자치 20년에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됐고 이명박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이 못해졌다는 지역인이 50~60%에 이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법하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방분권과 지방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개헌을 통한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이슈화하고 관심을 가질 때다.

박두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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