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가을녁의 석양은 유난히도 붉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넓은 들판의 황금빛 물결을 내려 비추는 석양이기도 하거니와 적당히 선선하고 드높은 가을 하늘아래 내리우는 따사로움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이 가을이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오는 내포권의 작은 마을이 있다.

필자가 15년부터 다시 찾아온 고향의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 충청남도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슴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차별화 마을로 가꾸어 가고 있는 신문화공간조성마을- 바로 “여미리”이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깊어 도(道)지정 문화재가 즐비하며, 아름다운 보호수들(소나무, 바자나무, 느티나무 등)이 정연하게 마을을 지키고 옛것과 현대적인 가옥들이 슬기로운 조화를 이루는 90여 가구 200여 주민들의 알뜰함이 배어있는 마을, 여미리에서는 오는 11월 10일 보름날에 달빛축제-여월미야(餘月美也)를 처음으로 개최하게 되는 것이다.

옛날부터 여미리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이 서산8경중의 하나로 전해내려 오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여, 달빛과 관계되는 다채로운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시하게 될 이곳 마을의 달빛축제는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낭만과 훈훈한 인간미를 엿보게 하는 검소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동네잔치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웃 주민들과의 훈훈한 정을 나누며 농촌마을에 살아가고 있슴을 자랑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행사이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농촌의 후한 인심과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보름밤의 축제를 만들기 위하여 주민들은 벌써부터 따뜻한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는바, 이번 축제는 새로움과 흥미로움이 넘쳐나는 축제임은 물론, 농촌 마을의 순수함이 오롯이 배어있는 정감어린 가을밤의 멋진 향연으로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은은하면서도 추억어린 달밤의 무대를 만들어내게 될 여월미야축제는 지금까지의 많은 축제들과 비교되는 낭만축제로 평가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축제, 번듯하고 빈틈없는 프로들의 축제를 지양하고 조금은 부족한듯하지만 옛날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하며, 농촌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넉넉한 시골 농촌의 문화가 배어있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축제의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멋진 달빛무도회를 즐기기 위하여 주민들이 직접 체험해 보는 가면 만들기, 마을 주민들이 꾸며보는 추억의 사진콘테스트, 그리고 노래자랑과 풍물패놀이 등,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방문객들과 함께 하나가 되어가는 참여형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 달 밝은 보름밤에 지불을 피워놓고 소원성취를 빌어보는 지불놀이와 유명 파페라가수와 각설이타령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행사는 보름밤의 달빛을 더욱 황홀하게 느끼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달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는 전국적으로 많이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미리에서 열리는 달빛축제의 남다름이, 어느 정도 참여자들에게 감동과 흥미로움으로 다가설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마을의 유. 무형적 문화를 발전시키고 보존할 수 있는 축제인가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마음에 남아있을 깊은 추억으로 기억되는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주민들에게는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한기웅 / 강원대교수, 내포디자인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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