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는 체결…심각한 부작용=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자본 및 외국자본을 유치해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앞 다투어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으나 상당수가 실현이 불투명한 부실 MOU로 판명되고 있다.

MOU가 본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지자체가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착해 정확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MOU를 체결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같은 지자체들의 성급한 MOU는 부실한 개발사업 발표로 지역 땅값이 급등락 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또 지역주민의 재산권 행사 제한과 지자체 행정에 대한 불신, 투기자금 유입에 따른 지역 부동산시장 교란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문경원 대전발전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민선 단체장들의 경우 지역개발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켜야만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형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MOU 체결 당시 발표와 달리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실망감과 함께 불신을 주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피해는 없는가?=각종 대형 지역개발사업 발표는 지역 부동산시장에 투기바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산시가 호텔 유치 건으로 망신을 산 것도 이미 세 번째다. 서산시의료원 맞은편 공터에 모 산업개발에서 호텔건립을 시도하여 소방도로를 없애고 진입로를 넓혀주는 등 예산을 낭비한 적도 있었으며, 시와 현대건설이 손잡고 B지구 부남호 주변 부석면 일원에 3500억 원을 들여 대규모 웰빙·레저특구를 조성하여 175만평에 숙박시설과 웰빙장, 생태공원, 생활체육공원, 골프장(18홀 규모 3개)을 만든다며 주민들과 외지 토지소유주들의 개발욕구를 부추겨 난개발을 낳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기도 하였다. 또한 2006년경에는 도시계획법상 하자에도 불구하고 (절개지 등을)승인해줌으로서 원상복구도 안하고 대지만 존재하게 되는 손실도 있었다.

◇철저한 검증시스템 구축 필요=MOU가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추진 욕심 때문이다. 결과만 내놓으면 된다는 생각에 투자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예상외로 크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전에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행정이 이 같은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개발사업자 선정에 앞서 철저한 검증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시민의 대의 기관인 시의회와 시민사회가 추천한 전문가 등이 참여해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시의 개발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민선 단체장들이 지역민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막대한 자본을 유치해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실패할 경우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크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검증 없는 보도자세 문제=각종 부실 MOU 체결에 언론도 이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크게 부각시키면서 지자체 측의 발표를 뒷받침해 주민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굳이 변명하자면 지역언론이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고, 공직자들이 설마 허튼 짓을 하겠느냐는 믿음이 크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언론의 자세가 아닌 게으름의 핑계일 뿐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모든 것이 검증된 줄 안다. 검증 없는 보도자세로 인해 시민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언론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 MOU체결 보완책 필요=MOU를 파기해도 기업에게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 기업들은 투자환경이 조그만 변해도 MOU를 백지화하는 게 다반사다.

이에 따라 보완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MOU가 파기될 위험이 큰 서비스 업종 관련 협약은 피해야 한다. 투자협약에 앞서 기업의 재무상태, 사업추진 의지 등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MOU를 재임 중 치적을 위한 홍보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 상대기업의 사업계획서와 재정상태 등 투자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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