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진단>

‘사람냄새’ 나는 복지행정, 그 길을 찾다

서산시, 2012년 상반기 기초생활수급자 보장중지 259건 포함 총 615건 보장중지

 

서산시는 지난 6월 12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체 복지수혜대상자 25,327가구 중 2,280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재산정보 및 금융재산에 대한 확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보장중지 259건을 포함해 615건을 보장중지 처리했다.

이는 복지예산의 삭감에 따른 복지부의 행정방침에 따른 것으로 명목상으로는 복지대상자의 부정·중급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2회 사회복지 통합망을 통해 조사에 따른 결과이다. 시는 “부적합자에 대해서는 타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복지 불만을 최소화하고 당초 보장중지 예정대상 가구 1,466건에 대해 특례기준적용과 소득·재산조정 구제절차를 통해 851건을 조정하는 등 억울한 사례를 최소화해 지원 대상자로 관리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면 사회복지 통합망 조사를 통해 올 상반기 복지급여 탈락자가 약 14만 명에 달해 전체 수급자의 2% 규모에 달하는 것처럼 억울한 사례를 최소화 한다는 것은 선언적인 의미로 실상 지자체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중앙정부의 기계적인 탈락기준 적용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복지부에서 "향후 확인조사를 통한 적정급여 관리와 함께 기초생활보장 비수급빈곤층 추가보호 등 복지 사각지대 완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재정절감액을 또 한 면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한 그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탈락기준이 된 ‘부양의무자’ 제도의 문제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한 뒤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제 할머니’의 경우와 비슷하게 부양의무자(직계 1촌 혈족과 그 배우자)의 소득이 기준선을 넘는다는 이유로 기초수급 자격을 잃은 사람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1만3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까지 1만3117명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번 국감에서 밝혔다.

2012년 8월 현재 부양의무자가 있는 기초수급자 수는 전국적으로 88만4610명으로, 이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진 가족들의 월평균 소득은 208만원 수준이다.

남윤인순 의원은 “부양의무자들 스스로도 적절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난한 사람에 대한 부양 책임을 떠넘겨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기만적인 제도”라고 부양의무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 문제점

 

“수급자 한 사람에게 하루에 10명씩 찾아올 때도 있어요. 복지관에서 오고, 재가센터에서도 오고…. 다 도움을 주고 싶다고 오는 건데, 그렇다고 체계적으로 뭘 주는 것도 아니에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제가 직접 필요한 서비스만 받도록 조정했어요.”(대구시 모 자치구의 급여 담당 계장의 말)

정부는 수요자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사례관리를 강조하지만 일선 담당자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기성복’이나 다름없다”는 대구시 모 자치구의 급여 담당 계장의 말은 이러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마디로 일선 현장의 모습은 ‘교통정리’가 안된 우리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시민들도 알다시피 주민등록 등초본등을 떼는 것외에 동 행정은 사실 전체가 복지서비스입니다. 1~2명의 복지직 공무원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죠.” 읍면동 단위의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현장 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 과거 동에서 맡던 복지 대상자들에 대한 조사·관리업무는 현재 시·군·구 단위로 이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읍·면·동에는 대부분 1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만 남게 됐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의 구축으로 전산화된 조사·관리 업무를 시·군·구가 맡고, 일선 동 현장은 ‘찾아가는 서비스’ ‘사례관리’에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읍면동으로 찾아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 1명의 사회복지직 인력으로는 찾아가는 서비스는 많아야 일주일에 2~3번 정도에 불과하고 업무량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는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 실시했던 동 주민센터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체계를 2009년부터 개편해 왔다. 주민생활지원서비스는 동 행정을 행정민원담당과 주민생활지원(복지)팀으로 이원화해 복지행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실시했지만 6급 공무원의 승진요인으로 변질되고, 주민생활지원체계를 둘러싼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 간 혼선 등으로 제도는 정착되지 못했다. 실제 대전 동구의 경우 16개 동 가운데 사회복지직렬이 주민생활지원팀장을 맡은 곳은 단 1개동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행정직렬이 차지했다.

 

지자체의 역할은 없는가?

 

박원순 시장, '서울시민복지기준' 별도 마련

예산부족 탓만 말고 현장에 인력 투입하라

 

복지부의 복지예산 절감에 따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축소는 단지 중앙정부의 일만이 아니다. 직접적으로는 현장에서 수급자의 선정과 지원을 담당해야 할 지자체의 현안 문제이기도 하다.

열악한 재정자립도 탓이기도 하지만 선언적 복지행정에 익숙한 대부분 전국 지자체로서는 중앙정부의 예산삭감에 손을 놓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우선 서울시는 서류상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 19만 명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

서울시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골자로 한 '서울시민복지기준'을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이 기준을 소득과 주거, 돌봄과 건강, 교육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명시했다.

'소득' 분야에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중 소득 재산(최저생계비 100% 이하) 조건은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조건 등으로 수급 대상에서 탈락된 비수급 빈곤층 19만 명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이들에게 기초생활수급자 2분의 1 수준의 생계급여와 기초생활수급자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 해산·장제급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최저생계비 60% 이하 6만 명을 우선 지원하고 2018년까지 최저생계비 100%까지 지원 대상자를 확대한다.

더불어 시는 저임근 근로자가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임금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위해 '장기요양보험'과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이용 비용을 시가 100% 지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현재는 전액 시비로 할 계획"이라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지원하는 시의 복지정책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아울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탈락 등으로 인한 충격은 우리 사회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사람 중심의 시정과 복지기준이 우리나라 복지기준을 마련해 나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장중심형 복지행정을 실시하고 있는 여타 지자체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중앙정부의 7000명 복지인력 증원과 ‘희망나눔지원단’ 설치 및 통합사례관리 강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하지만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인력을 늘리고 싶지만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곤란하다.

지자체 스스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우선 근무평정 제도를 바꾸거나 직제를 개편해 보다 많은 인력이 현장으로 갈 수 있는 행정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서울 도봉구는 올해 5월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복지 업무를 강화했다. 기존 조직을 복지정책과와 노인장애인과, 여성가족과 등으로 바꾸었다. 복지정책과는 행정업무 중심의 주민생활지원과로 바꾸어 기획업무를 강화했다. 또 복지 업무와 공공근로, 일자리, 공무원노조 관리 업무 등을 함께 맡았던 사회복지과는 노인장애인과로 변경해 순전히 복지 업무에만 전담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또 현장의 동 인력을 확충해 복지업무를 더욱 강화했다. 14개 동 주민센터에 복지 업무 담당자를 1명씩 충원했고, 시간제계약직도 16명을 더 늘렸다. 계약직 직원들은 특히 여성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충원됐다.

울산 북구는 근무평정에서 구 총무국과 같이 평가했던 동 주민센터 직원을 따로 나눠 평가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동안은 구와 동 직원을 함께 평가해 연차가 높은 구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승진도 당연히 구 직원 몫이었다. 하지만 구와 동 직원을 나눠 평가하면 동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생긴다. 특히 승진 대상자들이 일선 동으로 가서 근무하고 동에서도 승진할 수 있도록 ‘메리트’를 준 것이다.

본청에서 읍면동으로 발령받으면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좌천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평가방식이 바뀌자 이 같은 인식도 같이 바뀌었다. 오히려 본청의 유능한 인력들이 읍면동으로 가도록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실제 민선 5기 출범 직후 4명의 승진대상자들이 구에서 동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더불어 전달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 사람과 예산을 계속해서 투입해야 하는 비효율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행정은 이제 현금급여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가고 있다. 행정의 변화 없이는 찾아가는 서비스는 요원하다.

저작권자 © 내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