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는 마늘만하고 감자는 알이 들지도 않아

생산량 줄고 가격하락까지…농가 피해대책 ‘전무’

20년 만에 찾아온 가뭄이 전국의 농작물을 불사르고 있다. “걷어내는 것마다 내다 팔게 없다”는 농민들의 탄식이 저수지 밑바닥처럼 갈라져 나오고 있다.

이달까지 비가 안 올 경우 전국의 80% 가까운 농업생산기반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의 10%에 육박하는 300여개의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며 고갈 상태로 치닫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5월1일부터 6월12일까지 강수량은 평년(153mm)의 35% 수준인 54mm에 그치고 있다.

전국의 저수율은 전국 평균 53%로 전년 69%와 평년 58% 수준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 38%, 충남 37% 등으로 평년보다 20%P, 15%P 각각 줄었다.

물 부족 논은 3천800ha로 전체의 0.4%정도가 물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피해규모는 지역별로 충남 지역이 2천42ha로 전국에서 가장 컸고, 전북 532ha, 전남 218ha, 경남 185ha, 경기 170ha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모내기를 끝낸 논의 상당수가 물이 마른 상태로 긴급 급수가 절실하고, 간척지 등 일부 논에서는 염분농도가 높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벼 피해규모는 급속히 확산되거나,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밭작물 피해는 2만9천ha정도로 예측됐다. 이중 여름철 수확작물인 마늘과 양파 등 포함해 밭작물의 피해가 더 크게 우려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마늘은 충남 등 중부지역 작황이 일부 부진하지만, 재배면적이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밝혀 소비자 가격안정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파도 조생종과 중생종 수확이 종료단계로 영향이 적고, 만생종에서만 작황 부진이 있어 약 9%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피해규모에 대해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충남 등 중부지역의 경우 수확기를 맞은 마늘과 양파 등 실제 피해규모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것이 현지 농민들의 예측이다. 실제 충남 서산 지곡면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유영인(58)씨는 “재배면적이 늘어난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40% 가까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하지만 수확량하고는 별개로 크기가 작아 판매할 수 있는 수량이 훨씬 적어졌기 때문에 피해를 따지자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파 생산량은 전년보다 20%이상 줄었다. 마늘 또한 개별농가의 지난해 생산량과 비교할 경우 30%이상 생산감소가 점쳐진다는 분석이다.

감자 또한 가장 큰 피해 품목으로 분류된다. 충남지역의 경우 한해 감자 생산량이 7만6천여톤에 달하지만, 올해의 경우 5만톤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품성이 없는 열등품이 대부분이어서 농가들의 소득은 더욱 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시설채소나 사과 등 과실은 피해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설채소의 경우 대부분 스프링클러 등 관수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과실류는 뿌리가 깊게 내리기 때문에 가뭄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 최소 50mm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벼농사 용수공급은 물론, 밭작물, 과실류까지 가뭄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어, 비상급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십킬로 거리도 양수기로 가능하다?”

농민 가슴 찢어 놓는 정부 관료의 눈먼 농정

비상식적인 서규용 장관의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서 장관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4대강 16개보에 가둔 물을 농지로 보내는 관개시설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라고 지적하자, “양수기를 통해서 하면된다. 필요한 농경지에 양수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저수지 둑에서 가뭄지역인 농경지까지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도 있는데, 어떻게 물을 공급하냐는 질문에 대한 주무 장관의 답치고는 비현실적이란 평이다.

오히려 농산물 수급안정을 이유로, 수입물량을 방출하는 등 생산지 가격폭락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채소류 수급안정’ 계획을 내놨다. 봄배추의 경우 가격이 하락세에 있기 때문에 6월중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6천500톤 가량을 수매, 여름철 가격이 오를 때 방출할 방침이다. 또한 마늘은 의무수입물량 7천600톤과 국산 수매물량 6천톤 등을 가격동향에 따라 시장에 푼다고 밝혔다. 양파도 의무수입물량 2만1천톤의 수입을 조기에 발주해 수입하고, 필요할 경우 수입량을 늘린다고 계획을 짰다.

결국 농가들의 가뭄 피해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대책은 커녕 소비자가격 안정대책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가뭄이 지속돼 국내 농가들의 농산물 피해가 확산되더라도 수입산으로 ‘식탁용 농산물’만 공급된다면 일차적 수급조절 대책은 성공한다는 결론이다.

정부, 가뭄도 정치적으로 이용

가뭄대응책 태만하다는 지적에 “넌 정치농민”

“고추는 대부분 멀칭이라 괜찮고, 모내기는 95%이상 끝났으니 괜찮고, 감자는 재배면적이 늘었으니 괜찮고,…”

전국 76%에 달하는 지역이 심각한 작물 손실과 물부족으로 ‘매우위험’ 단계라는 기상청의 비상시국 발표에도 불구, 농업 주무부서인 농식품부는 ‘괜찮다’로 일관하고 있어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에 따른 정부의 가뭄 대응책이 태만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규용 장관이 일부 ‘정치농민’의 비판에 불과하다고 매도하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가뭄대책관련 보도자료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현장 상황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자 보도자료에는 “5월이후 강수량 저조로 충남·전남 일부지역 4천800ha에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면서도, 그러나 “그동안 지자체·농어촌공사의 대책급수 추진으로 가뭄지역이 감소되고 있다.

또 충남·전남 지역 외 여타지역은 현재까지 영농급수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13일자 보도자료의 ‘농작물 생육상황과 전망’을 보면 “모내기 진도는 95%로 정상수준이고, 생육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했다. 또 “콩은 6월말까지 파종할 경우 수확이 가능하고, 봄배추는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고추는 멀칭재배로 가뭄영향이 적은 상황이고, 마늘은 재배면적이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농식품부 서규용 장관의 ‘정치농민’발언이 농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서 장관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정부에 대한 일방적 비판만하는 정치농민이 있다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현 정부의 농업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을 매도하는 발언이다.

서 장관은 특히 가뭄과 관련, “가뭄이 지금 4대강사업으로 인해 현장에서 문제가 많이 해소되고 있다”면서 “저수지 둑을 높인 것이 물을 가뭄지역에 대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농학계 한 학자는 “가뭄으로 말라가는 농업까지 무시해가면서 4대강사업을 치켜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정책과 정치를 혼돈하는 모습이 확인될 때마다 감당할 수 없는 농업 붕괴가 예고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농업수리시설 재해예방, 무엇이 문제인가

절반 이상 30년 이상 노후화…위험노출 고스란히

4대강에 쏟아 부은 돈이 무려 22조다. 그러나 전 국토에 노후화 된 농업수리시설들은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제 때 개보수를 하지 않아 노후화된 것은 물론 턱없이 부족한 배수장 용량과 좁은 수로 탓에 농경지에 물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 시설들은 홍수와 가뭄 등 이상기후 대비에도 적절하지 못해 보완이 시급하다.

전체 농업기반시설은 7만925개소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시설 1만3526개소. 그 중 57%인 7756개소가 30년 이상 경과했다. 특히 4곳 중 하나의 시설은 50년 이상 된 것으로 확인돼 농업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 저수지 3356개소 중 30년 이상 된 시설이 87%(2918개소)로 나타났고 방조제와 양배수장도 각각 86%, 42%가 착공된 지 30년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흙수로는 물 손실이 많고 수초 제거 및 수로 준설 등 수로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해 콘크리트 구조물로 변경해야 하지만 전체 9만9000㎞의 수로 중 56%인 5만5000㎞가 흙수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기반시설의 노후화는 필요한 시기에 충분히 농업용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 영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등 농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련 사업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농업수리시설 개보수 사업 예산의 경우 2003년 5365억원이 지원됐으나 2006년 3454억원, 2008년 3823억원, 2010년 4000억원으로 떨어지더니 2011년에는 4대강 사업 관련 예산 투입으로 인해 2600억원까지 급락했다. 올해 3700억원의 예산이 반영, 다소 회복됐으나 현장에서 필요한 사업을 충실히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구당 사업비도 2003년 14억1000만원에서 올해 4억7000만원까지 축소됐다.

농업계 한 인사는 “농업수리시설 개보수 예산만 한정해도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려면 매년 7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지만 현실은 절반 수준”이라며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끝나 내년부터는 최소 4000억~5000억원 수준의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산담당 부처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도 “3~4년 정도면 수리시설 개보수 관련 공사가 끝나야 하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않으면서 평균 6~8년으로 늘어나는 등 노후시설의 보수·보강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후 변화로 잦아지는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농민 소득이 감소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대강 대비 쥐꼬리만한 농촌 지원

정부, 저수지 45곳 준설비 겨우 50억 지원

농림수산식품부는 가뭄으로 수위가 내려간 저수지 바닥의 흙과 모래를 물 밖으로 걷어내기 위해 50억원을 충남 등 5개 도에 긴급 지원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중장기 가뭄 대처능력을 높이려면 저수율이 바닥일 때 준설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지원 대상은 바닥에 쌓인 흙과 모래로 소요 저수량을 확보할 수 없으면서 저수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저수지 45곳이다.

가뭄이 극에 달해 저수지 물이 바짝 말라야 준설한다는 몰상식한 정부는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22조를 투입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더구나 전면에 내세운 제1목적은 '가뭄' 해결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라는 4대강 홍보책자 중 '왜 4대강사업인가?' 부분에서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농토를 보여주며 가뭄 해결을 첫째로 강조했다.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4대강에 16개의 커다란 물그릇을 만들어 가뭄 피해를 예방한다는 것.

왜 4대강에는 지금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데, 전 국토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4대강에 가득 채운 물을 가뭄 피해에 시달리는 전국 농토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 가뭄극복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농민들은 "이번 가뭄은 4대강사업으로 가뭄을 해결한다던 이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하늘의 시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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