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반대 투쟁위원회 박정섭 위원장(오른쪽)이 주민 200여명과 함께 20일 오후 충남도를 항의 방문해 김종민 정무부지사에게 조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장님이 의도적으로 우리를 만나주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한 것 아니냐. 누구를 위한 의장이냐. 어민들을 무시하는 의장의 처신이 괘씸하다."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반대투쟁위원회와 서산시·태안군 해당지역 주민 200여명은 20일 충남도의회 유병기 의장을 만나기 위해 사전에 면담신청을 하고 도의회를 방문했으나 의장이 자리에 없자 울분과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주민들은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결의안을 도의회에서 채택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유 의장이 행사 참석을 이유로 자리에 없자 면담을 요구하면서 의회 청사 1층 복도와 2층 의장실을 차지하고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이들은 "의장이 만나주겠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했다"면서 "이는 어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도민 대의기구인 의회 의장이 주민들을 왜 만나주지 않으려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의장 면담을 요구했다. 박정섭 투쟁위원장은 유 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의장님께 항의하러 온 것도 아니고 다만 우리들의 억울한 심정을 받아들여 의회에서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결의안 채택을 부탁하러 온 것"이라며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지금 당장 와 달라"고 부탁했다.여기에 의장을 만나러 온 주민들에게 답변 또는 책임 권한이 없는 한 사무관이 나서서 "여러분이 요구하는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이들의 흥분을 약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이날 의회에 전달한 촉구서를 통해 "우리들의 생계 터전인 가로림만은 환경가치가 전국 1위로 평가된 곳인데 한국서부발전㈜ 등이 가로림만의 입구를 댐으로 막아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환경생태계는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충남도의회 차원에서 도민들의 안위와 직결된 이 사안에 대해 백지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국 유 의장은 이들과 이날 뒤늦게 면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직접 이들을 찾아와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잘 해결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충남도가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이 답답하지만, 정부에 여러분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격려에 나서 대조를 이뤘다. 이어 김 부지사는 "오늘 의장님은 못만났지만, 이렇게 왔으니 의회에 여러분의 뜻이 전달됐을 것"이라며 "더운 데 집으로 돌아가셔서 심신을 쉬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독여 박수를 받았다.

저작권자 © 내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