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20㎏이 넘는 진료가방을 메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의료소외계층에 따뜻한 사랑의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바로 ‘빨간 천사’라 불리는 서산시보건소 방문보건팀이다. ‘빨간 천사’라는 별명은 이들이 타고 다니는 빨간색 경차와 빨간색 유니폼에서 비롯된 것이다.

간호사 8명, 물리치료사 1명, 영양사 1명, 치위생사 1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2인 1조로 짝을 이뤄 하루 20~50가구씩 매월 700~1000가구를 방문 간호한다.

당뇨병이 심한 할아버지, 관절염을 앓고 있는 할머니, 뇌졸중으로 자리에 누운 장애인 총각 등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거동불편자 등이 이들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대상이다.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환자나 거동불편자의 가정을 찾아가면 청소나 빨래는커녕 끼니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눈물겨운 모습이 많다.

이들은 대상자의 집집마다 들러 혈압과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상처부위와 욕창을 소독하며 이부자리를 갈고 기저귀를 갈아입힌다. 또 굳어가는 몸을 주무르고 또 주물러 물리치료를 실시하고 식단을 체크하며 개인위생상태도 꼼꼼히 점검한다.

알아듣기 쉽도록 손짓발짓 다해가며 설명을 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 아기를 달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낯선 이를 경계하며 ‘며칠 저러다가 말겠지 ’하던 사람들도 5년째 이런 모습을 보다보니 이제는 방문날짜를 손꼽아 기다린다.

방문보건팀 원년 멤버라는 김영희(37) 간호사는 “한번은 방문간호를 마치고 막 집을 나서려는데, 이웃집 어르신이 할머니께 누구냐고 묻자 ‘우리 딸’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가슴이 짠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서성석 의무과장은 “몸에 난 상처는 정성껏 치료해주고 마음에 난 상처는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우리 방문보건팀이야말로 별명 그대로 날개 없는 천사들”라며 “처우나 임금 등 여러모로 열악한 조건에도 묵묵히 일해 주는 이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산시 방문보건팀은 2007년 초 8명으로 시작해 현재 11명의 전문인력으로 사업을 확대,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가가호호 방문간호서비스를 펼치며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지역사회의 ‘약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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