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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경관에서 공공디자인은 디자인 이전에 인간친화적인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과 제도적 장치 속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닌 도시인의 삶과 문화가 녹아져 있어야 합니다.”

나이 탓인가? 강원대 문화예술대학 한기웅(57·사진) 교수는 첫 만남에서부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이야기 했다.

쉰일곱의 나이에 그는 고향을 위해 더 늦기전에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매주 주말이면 학교가 있는 춘천에서 고향 서산으로 내려와 내포지역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 어느 지역 못지않게 무한한 잠재력과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고지순(至高至純)함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내포 디자인포럼은 ‘지역의 자연환경을 고려하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로부터 그렇게 출발한다.

“내포(內浦)는 충남 서북부 가야산 주변을 통칭하는 지역으로 중국으로부터 선진불교가 전래된 지역과 천주교의 성지이고, 서민문화의 전승지이며 서해안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한 지역입니다. 보령·서산·홍성·예산·태안·당진 등 955㎢에 이르는 ‘내포문화권’이 ‘지역균형개발법’에 의한 전국 최초의 특정지역으로 지정되어 국가차원의 지원 아래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케 되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10월, 예산, 당진, 서산, 홍성 등 내포지역 4개 시군의 명산을 연결하는 새로운 개념의 내포숲길이 오는 2012년까지 조성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공공영역에서 디자인의 배제는 도시시설물들의 무질서와 더불어 비합리적인 이질적 문화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내포디자인포럼의 대상이 도시경관은 물론, 농어촌 지역의 환경디자인 개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슴을 피력했다. 도시는 물론 농촌의 환경이 점점 우리의 문화적 정취를 잃어가고 있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노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인이나 어린이, 그리고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농촌환경의 기대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계획가나 전문가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의 역사성이나 문화의 정체성을 반영하면서 ‘문화적 상징의 해석과 창조’라는 인식으로 제도와 법적장치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1차적인 목표인 도시디자인 매뉴얼 마련과 함께 민간부문을 위한 시민운동차원의 노력과 관련된 연구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조직 또한 5개 분과로 나눠 각 분야 전문가를 구성해 오는 1월 중순쯤 창립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자연은 결국 도시의 정체성과도 연결이 됩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살기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내포지역이 살기 좋은 이유로 산과 바다가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산과 바다를 배제하고 내포지역이 다른 도시와 똑같은 모습이 된다면 굳이 내포에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도시와 농촌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문화의 연속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시와 농촌에는 건축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의 본질은 장소의 질입니다. 내포지역은 그 장소의 질이 매우 독특합니다. 전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가까이에 둔 곳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든 1시간 안에 아름다운 산과 탁트인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내포입니다.”

지구촌 환경보호를 위한 그린 디자인 연구로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디자인대전에서 대회장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고, 지난 1996년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디자인모임인 ‘뜻을 함께 한 모임’을 결성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전을 이끌어 오고 있는 그는 세계인명사전인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월드 2010년판’에 등재가 결정된 명실공이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다.

현재 한국디자인대학원연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고, 그동안 (사)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 부회장, 강원대 문화예술대학장, 백령문화관장 등을 역임한 그의 손에서 고향 내포가 어떻게 그려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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