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의회의원 장갑순

장갑순 의원

시민 여러분,

평범한 시민들이 거리를 나섰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100만 인파는 촛불 의식을 너무도 질서정연하게 치러냈습니다.

이들이 수놓은 붉은 물결을 보며, 저와 여기계신 공직자 여러분이 느꼈던 감정은 아마도 같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두차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국민 분노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 집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주장하는 것, 그것은 바로 ‘진실’입니다.

진실을 알 권리가 국민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기꺼이 응답할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우리는 가리고 감추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드러내놓고, 그렇지 않은 것은 철저히 감추어 왔습니다.

국가발전을 위해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만큼 잘 살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변명은 이제 새롭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국민들의 주장은 대답을 요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합니다.

고(故) 백남기 어르신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도 그랬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의 농민들은 잘 살게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땀 흘린 만큼 보답을 받고, 그러한 보답에 만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들의 소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들은 권력이라는 칼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떨어진 과실을 너무도 손쉽게 얻어냈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시국이라는 이유로 농업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농업은 줄곧 어려웠습니다.

농업인들에게 있어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새롭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항상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시름해 왔기 때문입니다.

감각이 둔해지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집니다.

그러나 입맛이란 게 원래 간사해서 아무리 길들여도 새로운 자극에 쉽게 현혹되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경쟁자 중 쌀은 최고약자이고, 우리는 적어도 최약자에게는 홈어드밴티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쌀 직불금이라는 것을 고안해 냈습니다. 하지만 직불금이라는 보호 장구를 끼고 링에 올랐건만, 전패(全敗)라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쯤 되면 새로운 비책도 나올법한데, 어수선한 시국에서 심판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작년, 전체농가의 68%가 1년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1,000만 원도 안 된다고 합니다.

더욱이 대부분이 소규모 쌀 농가입니다.

식량자급률 23%, 식량 주권 사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우려라는 방어적 자세로는 우리 농업의 미래, 결코 밝지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상식을 뒤집다시피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일명 ‘저탄고지’라 하여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대신 지방을 섭취하면 살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국내 5개 의학회는 얼마 전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저탄수고지방식 식사는 오히려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가능서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뇌로 가는 포도당을 줄여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몸에 유익한 복합당질을 제한한다고 합니다.

또한 일명 황제 다이어트, 고기 위주의 식사를 주장하며 앳킨스 다이어트를 주창한 그는 72세에 120kg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수단이 난무합니다.

쉽게 가는 길을 택하고, 대중들은 이에 열광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리인 양 맹신합니다.

존경하는 공직자 여러분,

여기 여섯 면을 지닌 큐브가 있습니다.

한쪽 면만 맞추긴 정말 쉽습니다.

하지만 2면, 3면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상상력이 가미되면 거의 완벽합니다.

그러나 상식이 조각났다면. 즉, 기준이 틀어져 버렸다면 이를 제자자리로 맞추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면서 쌀 소비는 더욱 급감했습니다.

쌀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보도에 –11%이던 역신장세가–37% 로 심화됐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우리의 들녘이 스산합니다.

풍성했던 숱(벼)을 깎인(추수) 머리는 다시 자라면(봄이 되면 벼를 다시 심는 것) 되는데,

다시 자란들 답답한 농민의 마음은 무엇으로 위로하겠습니까?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일련의 과정들로 국민들이 힘이 듭니다.

청와대발(發) 충격 드라마도 그렇고, ‘저탄고지’라는 다이어트 비법도 그렇습니다.

문화는 폭탄을 맞았고, 경제는 시름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를 지탱했던 근면성과 성실성은 위정자들의 배신으로 시들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고 새 빛이 비치면, 일터로 나가야 하는 게 국민이고 우리의 농민입니다.

암울한 국운 속에서도 그래도 중심을 잃지 않는 국민이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회복력이 강한 것이 우리의 민주주의고,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딛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우리의 농촌에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힘을 냅시다.

그리고 절망을 딛고 다시 한 번 일어섭시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있어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는 맙시다.

현실이 어렵다하여, 숨지도 맙시다.

고난을 헤치고 일어설 용기를 가집시다.

그래서 보란 듯이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냅시다.

결코 할 수 없는 것을 빼고는, 다해봅시다. 그것이 우리의 농업인이 걸어 왔던 길입니다.

끝으로 희망을 가져 달라는 말씀을 거듭 드리면서 본의원의 5분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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