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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친구들이 있어 좋다!
편집 | 승인2014.06.19 19:55


나는 허름하고 소박한 술집을 좋아한다. 옆 탁자 손님과 등을 맞대는 것도 흥겹다. 술에 취해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서로 유쾌해져서 안주가 넘어오는 그런 집 말이다. 주인과도 스스럼 없다. 수십년 지기 벗을 찾아온 것처럼 편안하다. 그런 집들을 흔히 목로주점이나 대폿집이라고 부른다. 나는 대폿집을 좋아하니 아마도 사람 냄새가 그리운 까닭이다.

그러다보니 목로의 분위기 자체를 일종의 ‘설정’으로 만들어 흉내만 내는 집들도 많다. 서울에서도 한때 피맛골 언저리에 딱 좋은 목로주점들이 많았다. 알려진 대로 그 동네는 어이없는 재개발로 무너졌다. 서산도 별 다르지 않다. 먹자골이나 중앙호수공원 인근 예천동에 신흥상가들이 들어서고 프랜차이즈 카페에 프랑스식 간판들이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서산 부춘산 아래에는 황금돼지라고 하는 대폿집이 있다. 둥근 양철 판 위에 둘러 앉아 고기 몇 점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맛은 이야기가 있고 술 친구들이 있어 맛있다.

강한 바람이 불면 삐걱 소리가 나는 나무 기둥들이 지붕을 바치고 있고, 여닫이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길이 마주친다. 눈보라가 치는 겨울이면 가게의 중앙에 놓인 연탄난로에 고구마를 굽고, 찌는 듯한 한 여름에는 지붕을 열어 선선한 밤 바람을 맞는다.

가게는 주인을 닮는다고 한다.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박치광, 정금이 부부와 황금돼지는 꼭 닮았다. 화려함도 꾸밈도 없는 한 백년은 되어 보이는 소박한 건물에 동네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들고 나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술 잔에 녹아 추억에 목 말라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나는 황금돼지를 서산 구락부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온갖 서산소식이 이곳에서 머물다 가니 기자로써 술 한잔과 취재정보가 있는 곳이니 좋지 않을 수 없다. 황금돼지는 그저 술을 마시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웃과 새로운 사람들이 만나 소식을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목로주점은 조선시대 말기부터 민중들이 많이 이용하던 술집으로 한국전쟁까지 전국에 걸쳐 성행을 했다. 해방이후부터 대폿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대폿집은 60~70년 까지 호황(?)을 누렸다. 연탄 화덕을 만든 드럼통에다 술독에서 퍼낸 주전자 막걸리, 닭발, 전, 담배연기, 대폿집은 서민들이 울고 웃으며, 애환을 함께하던 곳이었다.

지금이야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에 일본식 이자까야 풍의 주점들이 난립하고 하루에도 250만 마리의 닭들이 안주로 소비되는 치킨호프집들이 즐비하지만, 삶의 애환을 달래 주지는 못한다.

사람냄새가 나는 황금돼지. 날이 저무니 술 한잔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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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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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2017-10-23 21:16:06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사라져가는 목로주점, 갑자기 그런 곳에서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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