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나.

창공을 수놓으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는 올 가을에도 다시 청명한 하늘에 수를 놓으려고 마시우스설에 방향키를 맞추고 40,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의 발진을 시작 했을 것이다.

기러기는 리더가 앞장서 V자 대형을 유지하며 무리지어 나르는데 혼자 날 때 보다 무려71% 정도 쉽게 날 수 있다고 한다.

이동 중에도 계속 소리를 내어 뒤를 따르는 무리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무리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리를 내어 리더와 호흡을 맞추는 협동심으로 순항을 한다. 또한 리더격인 기러기가 힘이 들면 서로 돌아가며 리더를 맡는 수평적 리더십으로 머나먼 길을 날아간다.

날고 있는 도중 동료가 함께 날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두 마리가 대열에서 벗어나 동료가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아니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를 돌보다 다시 무리로 합류하는 뜨거운 동료애도 발휘한다.

우리의 전통 혼례절차인 전안례(奠雁禮)에 텃세를 쓰지 않고 철새인 기러기 목각을 폐백이바지로 쓰고 있다. 이유인즉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한번 한 사랑의 약속을 영원히 지킨다는 기러기의 일편단심을 높이 사는 의미라고 한다.

사회는 계속하여 복잡 다변화 양상으로 치달으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오늘날 이와 같은 기러기의 리더십이 시사(示唆)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다.

특히 리더의 역할은 조직이나 단체 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도 필요한 것으로 기러기의 리더와 무리 간 이루어지는 협동심, 뜨거운 동료애 그리고 리더까지 서로 번갈아가며 나누는 수평적 리더십은 진행과정의 충실함은 무시하고 결과 도출에만 집착하여 빨리만 가려고 하는 자기편향성이 강한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린다.

한낱 미물의 행동이라 치부하지 말고 이러한 기러기의 지혜로운 리더십을 우리는 배워야 하겠다.<서산경찰서 보안계장 경위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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