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이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명절은 여자에겐 매우 힘든 시기이다. 사실 설이나 추석에 시댁에 가서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게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길이 막히니 가는 길 오는 길도 힘들다. 게다가 음식도, 물도 맞지 않고 잠자리도 편치 않은데다가 혹시 조금이라도 서로 불편한 관계라면 끔찍한 일이다.

명절 증후군은 명절을 맞아 우울이나 불안, 짜증 같은 심리적인 증상, 수면장애, 피로감, 위장장애나 두통 같은 신체증상이 갑자기 생기거나 심해지는 현상이다. 그리고 명절이 지나면 그런 증상들이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좋아진다. 실제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절대 꾀병은 아니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신체질환도 아닌 심리적인 현상이다.

명절증후군은 명절에 늘어나는 과다한 노동, 시댁식구들과의 대인관계, 남편과의 관계,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부의 마음이라는 네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그 정도가 결정된다.
네가지가 다 좋은 조건이라면 명절증후군을 전혀 느끼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은 현실적으로 극소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조건이 다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절증후군을 가볍게 넘기기 위해서는 자기가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할 현실적인 면을 타협과 조정을 통해서 찾아보는 것이 현명한 대처이다.

음식을 간소하게 하거나, 미리 각자가 조금씩 분담해서 준비할 수 있는지, 시댁식구들을 좋아할 수 없다면 서로 포기할 것은 포기해서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앞의 두가지를 어찌할 수 없다면 남편이 주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 다독거려줄 수 있도록 대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따로 풀고 새로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혼자서 해결이 안되면 일시적으로 긴장이나 짜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경신(정신과 전문의/서산굿모닝의원/순천향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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