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각 정당들은 막바지 공천심사에 여념이 없다. 제각기 공천심사 기준을 만들어 놓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어느 총선의 공천심사보다 엄격하고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만들었노라고 홍보는 물론 자랑까지 늘어놓는다. 그 기준들을 보면 새누리당은 지역주민에 대한 신망, 정책입안 능력, 도덕성과 참신성, 당 헌신도 등을 내세웠고, 민주통합당은 의정능력, 도덕성, 당 정체성 부합과 기여도, 경쟁력 등이 눈에 띈다.

한편 최고위 지도층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사람’ 또 누구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사람’ 등 거창한 슬로건으로 자극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자질요건으로서 어느 것 하나 간과돼서는 안 될 핵심요소들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천이 끝나면 이러한 요건들을 두루 갖춘 인물이 발탁됐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그 덕목들은 하나씩 실종돼 간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전조(前兆)가 새삼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느껴지니 어쩌랴. 이를 두고 우리나라 국회와 정당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들먹거렸다. 흔히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얘기할 때 지나친 중앙집권과 권력편중을 지적해 왔다. 대안으로서 지방자치를 실시해 왔지만 진정한 분권이 없는 무용지물이었고, 오히려 지자체장과 의원들에게 정당공천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동네주민 생활정치마저 장악하고 있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를 대표하는 지역일꾼이다. 비례대표로서 전문성을 겸비한 미래인재를 원한다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현실 생활정치에 정통한 100% 지역일꾼으로서, 마땅히 지방자치 정신과 철학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공천심사 기준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인즉, 어느 당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워 안타까울 뿐이다. 국회에 출석도 잘 안하고 지각을 일삼는 정치인들, 선거철만 되면 뻔지르르하게 드나들면서 크고 작은 것 가릴 것 없이 해당 지역사업이면 모조리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해 버리는 염치없는 행각을 일삼는다. 그들이 지방자치를 아는가.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서야 어찌 지방분권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국가와 세계를 생각하는 큰 정치 못지않게 이웃과 지역문제에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화와 개방화로 각 지역은 하나의 독립된 정치·경제단위로서 지역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위 ‘신지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자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지역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헌법에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소위 지방분권적인 국가운영체제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의 역할도 재조명돼야 할 것이고 지방분권국가체제에 걸맞은 자질을 기대해 봄직 할 것이다.

총선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정당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공천이 지방분권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총선승리와 정권창출이 정당의 최고 목표이겠지만 정당정치 궁극의 목표는 국리와 민복일 것이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없는 당은 그 힘도 존재가치도 없는 것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심정으로 지금 이 시간 국민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하여 당보다는 국가, 개인보다는 국민을 위한 이익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각 정당이 지방분권 실천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자와 지방의원 정당공천 배제에 앞장서겠다는 사람을 중히 여긴다면, 유권자들은 그 정당과 후보자에게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혁신과 쇄신을 밑바탕에 깔고 국민 감동과 공감 공천을 실현시키는 길만이 그동안 실추됐던 정당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임을 인식하자.

박해철 내포시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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