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어디냐고 묻거든
김풍배
올라 갈 수도 없고
뛰어내릴 수도 없는 그 곳,
수직으로만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축대, 그 틈새에서
민들레 한 포기 태어났다
굴참나무 묘목 하나 사다가
화분에 심었다는
할머니 얘기를 간직했다
세상이 빙빙 도는 갈증
온 몸이 타들어 갈 때
절망 같은 축대 속으로
뿌리를 뻗어 내려갔다
깊이깊이 박힌 뿌리
생고무 같은 몸은
거친 바람도 흔들지 못했고
화로 같은 햇볕도 태우지 못했다
백양사 입구에 늘어 서있는
굴참나무 꿈을 꾸던 날
노란 꽃 하나 피웠다
어느 날 지나다 보니
하얗게 늙어
자식들을 세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자식들은
푹신한 흙에서 살아갈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