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란 모를 모판으로부터 본논에 옮겨 심는 것을 말한다. 논벼재배 과정 중의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농촌에서 가장 바쁜 때가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

우리나라의 모내기작업은 대개 중부지방에서는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의 한 달 동안에 하게 되는데, 대개 봄의 이앙기에 한발이 계속될 때가 많으므로 늦으면 6월 하순, 때로는 7월 상순에 가서야 겨우 모내기를 하게 될 때도 많다.

모내기를 하는 날 무엇보다 논두렁에서 먹는 새참과 점심밥은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꽁보리밥과 ‘등개떡’으로 연명(延命)을 하더라도 모심기 날 일꾼들에게는 그동안 아껴 두었던 쌀을 듬뿍 넣고, 팥을 넣어 지은 밥을 큼직한 ‘사발(沙鉢)에 고봉(高捧)으로 담아 준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이 날만은 집에서 담근 술을 동이로 내놓는다. 일꾼들도 일년 내내 꽁보리밥만 먹어오다가도 모심기 때만은 이 집 저 집 ‘품앗이’를 다니며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쌀밥’으로 포식(飽食)을 한다. 큰 ‘사발에 고봉으로 가득 담은 한 그릇을 해치우고 한두 ‘중발(中鉢)’ 더 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당시의 ‘쌀밥’은 쌀밥이라 해도 인심 좋은 부잣집이 아닌 한 보리쌀이 절반 이상 섞인 밥이었다. 새하얀 쌀밥만 먹는 부잣집 사람이 보면 그냥 보리밥이고, 꽁보리밥만 먹고사는 가난한 시골사람들이 볼 때는 쌀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모심기나 논매기, 논갈이와 밭갈이, 야외에서 하는 작업장에서는 예외 없이 ‘고시네’라는 의식을 가졌다. ‘고시네’란 단군신앙(檀君信仰)에서 유래하는 의식이다.

요사이도 농촌의 일터에서 농부들이 일을 하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밭머리나 논둑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밥 한술이나 술 한 모금 정도를 떠 던지며 “고시레”(지방에 따라 ‘고수레’, ‘꼬수레’, ‘꼬시레’ 등 조금씩 달리 부른다)라고 외친다.

‘고시네’의 ‘고시’는‘ 단군(檀君)’의 신하 중 농사일을 맡아 백성에게 농사법을 가르치시던 ‘농관(農官)’으로, 이는 농사에 관한 한 오늘의 첨단 영농법이 있기까지 원조(元祖)가 되는 사람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농부들은 그 농사법을 반 만년동안 계속 이어 오면서 ‘고시’의 은덕에 보은코자 들녘에서 음식을 먹고 마실 때는 반드시 ‘고시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밥이나 술을 ‘고시’가 있겠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던지고 뿌린다.

‘고시네’란 또 숙종 때 북애노인(北崖老人)이 지었다는 ‘규원사화(揆園史話)’에 나오는 고시(高矢)라는 사람에게서 연유했다는 얘기도 있다. 고시(高矢)는 사람들에게 불을 얻는 방법과 함께 농사짓고 수확(收穫)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들에서 농사짓고 산에서 나물을 캘 때마다 ‘고시’ 의 은혜를 잊지 못해 밥을 먹을 때 ‘고시네’라는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김성오 / 내포시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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