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숙(시인, 서산문학회)

 

큰 오빠야 고향에 살자

집 앞에 실개천 흐르고

용이 아홉 마리가 나와서 구룡리 라 부르는 곳

동학 난리 때 싸움에서 이기고 승전고를 울렷다 하여

승전목이라 부르는 곳

산 밑 70 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

봄이면 살구꽃 복사꽃 흐드러지게 피는 고향

한가로이 노니는 닭들은 꽃잎을 찍었다 놓았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꼬꼬댁 거리고

이 배산 기슭에서 부엉이 울고

밤이면 느티나무에서 소쩍새가 울 때

소쩍새 따라 먼 여행을 떠난

보고픈 동생 생각

맑은 냇가에는 미꾸라지

오빠는 어린 손과 신발로 미꾸라지를 잡아

삼발이 걸고 끓여서 엄마와 아버지께 드렸지

효도 한다고 간도 알맞게 엉터리로 끓여서

빈 주머니 달고 아버지가 자주 다니던 주막집도 그리운데

칠월에 풋감 주우러 다니면 나는 오빠의 조수가 되어

바가지 들고 쫄랑쫄랑 잘도 따라 다녔지

종달새 지저귀고 누런 보리밭이랑 속 떨어진 노란 살구

오빠는 먹을 것이 있으면 다섯 명이나 되는 동생들 주느라고

안 먹고 먹은 척 침만 삼켰지

큰 오빠야

꽃 피고 새 우는 고향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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