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김풍배
얼거친 바람 한번 훑고 갈 때마다
천근무게 눈 한번 쌓일 적마다
싸매고 여미고 다지기
십 년 또 수십 년 그리고 수백 년
상순 위로 올릴 때마다
올린만큼 아래로 뿌리 내리고
옆으로 가지 벌릴 때 마다
벌린 만큼 사방으로 뿌리 뻗어
위아래 좌우로 균형 맞춰 살아 왔다
여기 그냥 서 있었다고 비웃지 마라
세월만 축냈다고 허투루 보지마라
궂은 비 내리던 바람 부는 날 밤
소리쳐 울던 울음소리 들어 본적 있는가?
노송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내 몸에 더껑이 진 보굿을 보아라
내 가슴속에 새겨진 나이테를 보아라
얼마나 많은 세월을 어떻게 견뎌 왔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