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 김풍배

 

문 흔드는 소리에

새우잠 자다 놀라 깨어 보니

지나가는 바람소리였습니다

동짓달 밤이 길은 게 아니라

그리움이 길었습니다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건

오직 꿈 속 뿐

꿈속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깨고 나면 왜 이리 허전할까요?

 

심란한 마음 달래려

밖으로 나오니

노오란 달만 높이 떠있습니다

달이 아니라

동그란 당신의 얼굴이었습니다

 

돌아서면 금방 잊을

함께 했던 일상들이

이제는 하나 같이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꽃을 보아도

맛있는 걸 먹어도

반쪽은 텅 비어있어

당신 몫은 그리움으로 채웁니다

 

이제는

놀라지도 않을 바람소리

잊자 해서

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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