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김풍배 

 

먹장구름 머물던 날

나무들은 시무룩하게 서있고

꽃들도 웃음대신

고개만 흔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나무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꽃들도 풀들도

소리치며 웃어줍니다

호수처럼 맑고 푸른 날입니다

 

세상이 날 속이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속아가며 살아갑니다

세상을 흔들고 있는 손이

내 손은 아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도

바람인지라

아픈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고운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정상에 서서

가만히 마음을 내려 놔 봅니다

 

왜 맑고 밝게 살아야 하는지를

나무가, 꽃이, 풀이 가르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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