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준비
김풍배
가을인가 싶더니
나무들 이파리에
노란 옷 빨간 옷 갈아입히기 시작했다
앞집에 사시는
여든도 훨씬 넘기신 고등학교 은사님
엊그제 까지 이곳저곳 고치시더니
오늘은 옥상에 방수 칠을 하신다
왜 집 단장은 그리하시나요?
살그머니 하시는 말씀
금년 들어 몸이 안 좋아....
저 사람 혼자 살 텐데
여자가 이것저것 할 수 있겠어?
기온이 내려가니
나무들은 이파리를
하나씩 둘 씩 떠나보내고 있다
왜 그렇게 서둘러 곱게 입혔는지
그 이유를 오늘 알았다
이별의 슬픈 준비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