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자살 하는가?

흔히들 죽을 각오로 살면 되는데 왜 자살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이를 둔 어머니가 자살을 하면 애들 생각을 해서라도 죽으면 안 되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죽음 이외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는 것은 대게 초등학교 때다. 그 전에는 친척들의 장례식에 가도 아무런 느낌이 없지만 일정 나이가 되면 장례식의 의미를 알게 된다. 죽게 되면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고, 다시 이야기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죽음을 피하고 싶고 두려워하게 된다.

즐거운 일은 하나도 없고, 고통만이 이어질 때 어차피 한번 죽는 것 조금 일찍 죽는 것을 우리는 자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살은 사실 과장된 말이다. 만약에 인간이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 목숨을 끊는다면 자살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우리가 자살이라고 일컫는 것들은 사실 죽음을 10년, 20년, 30년, 어떤 경우에는 50년 쯤 앞당기는 것이다. 앞으로 더 살아갈 남아있는 생의 시간 중 죽고 싶도록 괴로운 순간이 즐거운 순간을 압도한다고 생각이 들 때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진다. 살면 살수록 그 때 죽었어야 했지 하고 후회만 하게 된다고 판단될 때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죽음을 망각하고 하루하루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이렇게 위대한 일이 매일 매일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친구들에게 받은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죽음이 원치 않는 순간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망상을 우리에게 심어주고자 아버지,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우리를 수도 없이 껴안고, 씻겨 주고, 칭찬해주고, 바라봐주었던 것이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그들의 사랑 덕분에 우리는 최악의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순간을 넘기면 언젠가는 찾아올 남아 있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다시 죽음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언젠가 다가오는 죽음을 무시하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소한 일상의 즐거움이다. 매일 똑같은 세상인 것 같지만, 자고 일어나면 뭔가 조금씩 바뀌어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의 신기함. 이런 자그마한 것들이 죽음을 자꾸 뒤로 미루도록 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벌어놓은 돈이 아까워서, 지위가 아쉬워서, 복수해야 할 대상이 남아 있어서 죽음을 미루는 이들은 없다. 우리가 인생에서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는 거창한 것들은 막상 죽음을 앞당기고 싶을 때 우리를 막지 못한다. 재벌의 딸, 대학교 총장, 유명한 배우도 자살을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난한 이건 부자건 상관없이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인생이 주는 즐거움이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질 때, 어제까지 나를 즐겁게 해주던 것들이 아무 의미도 없이 느껴질 때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 한다

일상의 즐거움. 그것이 자살을 막는 힘이다. 일상의 즐거움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잊고 삶을 영위하게 한다.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부도, 명예도 아닌 일상의 반복되는 자그마한 즐거움이다.

박경신(정신과 전문의/서산굿모닝의원/순천향의대 외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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